[뉴스핌=이고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취임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긴장 속에서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정부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중국이나 멕시코와 비교하면 한 발 비껴나 있지만, 통상 마찰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중 통상마찰로 인한 부정적인 파급효과 가능성에 주의하며 트럼프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고 국내 대응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또 미국 셰일가스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예고된 중국이 '빨간불', 대미 투자 확대에 나선 일본이 '파란불'이라면 우리나라는 '노란불'을 켜고 신중한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
한미 FTA 재협상은 트럼프 신정부의 우선과제로 평가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 초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중국에 대한 제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으로 보고있다.
현 상태에서 한미 FTA는 재협상보다 이행에 따른 요구가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측이 현안 해결을 위해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놓고 일부 협의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미 FTA 이행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갖고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 성과를 강조한 바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미주실장은 "트럼프 정부 취임 후 발표할 첫 100일 계획에 한미 FTA는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이 조금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철강·화학 등 주력업종 반덤핑 · 관세폭탄 우려는?
우리 철강·화학 제품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판정 등 미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철강·화학 제품은 글로벌 공급과잉 품목일 뿐더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가 "철강과 섬유, 자동차 산업 등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있다"며 이들 품목의 수입 문제에 주목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 수입규제 대응협의회 및 현지 대응반을 가동해 정부 간 협의채널을 강화해 대응한다. 대응 협의회에는 산업부 주관 민간 업종별 협회와 대한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협회 등이 참가한다.
무역협회 측은 "철강은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여러번 당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심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또한 "섬유는 제3국을 경유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생산 상품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으며, 화학은 미국과 우리가 강점 분야가 달라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큰 우려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중국 '전면전' vs 일본 '당근책'... 한국 대응책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중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은 각기 다른 대응책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제조업을 황폐화시킨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 국채를 팔아버리겠다"며 경고하고 있다.
반면 TPP가 폐기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일본은 대미 투자 확대라는 당근책을 적극 제시하며 트럼프 정부에 몸을 낮추고 있다.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미국 스타트업 기업에 500억달러를 투자하며 미국 내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기업이 신정부와 적극 협력에 나선 사이, 일본 정부는 미국의 TPP 비준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 달래기'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최근 수면위로 떠오른 셰일가스 수입 확대 카드가 그것이다.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 트럼프의 '타겟'에서 벗어나면서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와의 소통 및 네트워크 강화도 본격 추진한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4월 초까지 새로운 내각은 물론 의회와의 접촉을 전방위로 강화할 계획이다. 정책 집행이 시작되는 4월 이후에는 미국 측이 제기하는 이슈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