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김규희 기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내연관계로 추측했다고 폭로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최측근인 차은택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23일 전원재판관 심리로 제8차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날 오후에는 3시간 넘게 차은택 전 단장의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차 전 단장은 특히 최 씨와 고 전 이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2014년 7월 쯤 연락이 와 청담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가보니 고영태와 최순실이 딱 붙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며 "분위기가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일반 상황처럼은 안보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연인관계였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차 전 단장은 이어 "두 사람이 언제부터 만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영태가 최순실 딸 미행까지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고영태가 저에게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죽고 싶다고 했다. 헤어지고 나서(였던 것 같다)"라며 "고영태가 최순실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많이 본 것 같았다"고도 말했다.
가까웠던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최 씨가 고 전 이사가 다른 여자와 만나는 것을 최 씨가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앞서 고 전 이사는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강아지 문제로 최 씨와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고 전 단장과 함께 문화체육계 이권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순실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고원기획에서 제가 본 유일한 서류는 태릉선수촌이 없어지고 민간센터가 생긴다는 기획서였다"고 증언했다. 고원기획은 고영태 전 이사와 최 씨가 함께 운영한 회사로 전해진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재소장 주재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말씀자료를 수정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차 씨는 "최순실 데스크톱을 볼 수 있었다"며 "국무회의 자료 같은 게 있었다. 제가 최순실에게 전달한 문구를 박 대통령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최 씨와 박 대통령이 별도의 전화를 통해 수차례 통화한 정황도 드러났다. 차 전 단장은 "최순실이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국무회의 기록관련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휴대전화를 받으면 우리(직원들)를 다 내보내거나 혼자 따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며 "전화 건너 목소리가 박 대통령 같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 씨가 가지고 있던 휴대전화는 약 4대였고 이가운데 한 대를 통해 박 대통령과 자주 통화를 했다.
차 전 단장이 최 씨를 통해 자신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은사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 일부 문화계 인사에 관여한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추측할 만한 발언도 나왔다. 차 전 단장은 "제가 추천한 인사들 중에 발탁이 안 된 사람들도 있었다"며 "최순실에게 '좌성향'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늘품체조' 추진 경위, 박 대통령과 독대 정황 등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