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민준 기자] 포스코(회장 권오준)가 멕시코 내 완성차업체들을 잡기 위한 첫 단추로 자동차부품 생산라인 도입을 결정했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멕시코 진출 한국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늘린 것이다. 더 나아가 현지에 세 번째 철강가공센터 설립을 재검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내부방침까지 세웠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멕시코시티 푸에블라주에 있는 철강가공센터(POSC
O-MAPC)에 자동차부품 생산설비인 블랭킹(Blanking)라인을 증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산 5만톤(t) 규모로, 정상가동 시점은 오는 3월 말이다.
블랭킹라인은 차강판을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성형하는 자동차부품 생산설비를 말한다.
포스코는 멕시코 철강가공센터의 자동차부품 생산라인 설치에 100억원을 투자, 자동차 내외장재를 비롯해 부품까지 만들 수 있는 일괄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블랭킹라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 5만t과 철강가공설비로 찍어내는 자동차 내외장재 10만t을 기아차 멕시코공장에 전량 납품해 각각 500억원, 4100억원 등 4600억원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의) 고관세 위협으로 멕시코 진출기업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제적 투자와 경쟁사 우회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증설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스코-MAPC는 지난 2007년 정상가동에 들어간 이후 멕시코 완성차시장 공략의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3년 멕시코 타마울리피스주 알티마라시에 연산 40만t 규모의 철강공장(POSCO-Mexico)을 가동한 포스코는, 포스코-MAPC를 설립하기 전까지 가전용강판을 생산했다.
포스코-MAPC를 가동한 후부터 포스코-Mexico는 연간 40만t 가운데 10만t을 차강판으로 생산한 뒤 포스코-MAPC로 납품했다.
포스코-MAPC는 이 차강판을 1차 가공 후 내외판재 형태로 만들어 포드나 GM 등 세계 완성차기업에 판매하는 구조였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현지에 차강판 생산라인을 갖춘 해외기업은 포스코 1개사였다.
그러나 지난 신일철주금이 멕시코에 차강판 생산공장을 준공하면서 포스코의 독점체제는 붕괴, 자연스럽게 포스코-MAPC의 매출액도 재작년 9000억원에서 7600억원까지 내려앉았다.
포스코-MAPC 줄어든 매출액을 메꾸기 위한 방안을 물색하던 찰나 기아차 멕시코공장 준공 계획을 접했고, 기아차에서 요구하는 부품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기아차공장 가동률이 100% 오를 경우, 포스코-MAPC는 감소한 실적을 만회하는 것은 물론 재작년 9000억원보다 3200억원 높은 1조2200억원까지 매출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16년 9월 연산 40만대 규모의 준중형차(K3) 생산공장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설립했다. 월 평균 3만대를 생산하고 준중형차의 6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트럼프 위협이 있지만 줄어드는 매출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설비 투자로 당분간 현상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후 리스크 해소 시 추가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