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전원사퇴' 카드를 꺼내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약 이들 변호인이 실제 모두 사퇴할 경우 헌법재판소의 탄핵시계는 3월 중순 이후로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25일 열린 이번 탄핵심판의 9차 변론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피청구인(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오는 31일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재소장이 "탄핵심판의 최종 결론을 오는 3월 13일 이전에 내려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특히 이 변호사는 "박 소장의 발언은 전날 국회 소추위원이 한 언론에 나와 말했던 것과 유사하다"고고 주장했다. 헌재와 국회가 사전에 모의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인 3일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이중환 변호사(왼쪽)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에 박 소장은 "상당히 무례한 발언"이라며 "재판관 공석이 가져올 영향을 우려해 당사자들에게 협조를 구한 것일 뿐"이라고 꾸짖었다. 소추위원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 역시 "방송에서 한 말은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었다"며 "심판 공정성을 훼손하는 정치적 논쟁은 지양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은 굽히지 않았다. 재판이 마무리된 후 취재진들과 만나 "'중대결심'의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변호인들의 중대결심이 뻔한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실상 '전원사퇴'라는 초강수를 시사한 것이다.
이들 변호인들이 실제로 사퇴할 경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결론은 3월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권성동 의원은 "통상적으로 변호인이 사퇴하고 새로 임명되면 사건기록 검토 등을 위해 재판부에 시간을 요청한다"며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없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재판 공정성을 문제삼아 최종적으로는 탄핵심판 '시간끌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 측은 뒤늦게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수십여개 관계 기관에 사실조회 요청을 신청하는 등 이미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 교체가 이뤄지고 그동안 재판 진행상황을 비롯한 사건기록 검토 등을 위해 시간이 지체될 경우 탄핵심판은 3월로 훌쩍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판결과 왜곡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특별검사 수사 회피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볼 수 있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는 3월 13일까지다. 만약 박 소장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까지 퇴임한 이후 최종 선고가 이뤄질 경우 전체 7명의 재판관 중 6명이 '인용' 결정을 내려야 한다. 7명은 정족수를 겨우 채우는 정도다.
박 소장 역시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탄핵심판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빌미로 특검 수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의 1차 수사기한은 2월 말까지. 탄핵 결정이 미뤄질수록 박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을 이용, 특검 수사를 피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