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설 연휴 직후 '개헌추진협의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주일 사이 여야 정치권을 두루 만났지만 빅텐트 추진에 진척이 없자 자신이 주도하는 대선 전 개헌 모임으로 판세를 바꿔보겠다는 포석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반 전 총장은 지난 일주일 사이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제3지대 인사들을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 사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역시 10%대 중반까지 떨어져 빅텐트를 위한 동력이 훼손됐다.
반 전 총장이 꺼낸 카드는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이다. 개헌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외하고 모든 세력을 끌어안아 양자 대결 구도로 가겠다는 전략이다.
반 전 총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그 유력 대권주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 전 개헌을 반대한다"며 "대선 전 개헌을 해야 한다는 정당과 정파가 한자리에 모여 대선 전 개헌을 실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반(反) 문재인 정서를 자극해 지지부진한 빅텐트 구성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반 전 총장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여야 당대표를 모두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은 이주영 개헌특위위원장과는 통화를 했고 추후 만남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그러나 여야를 모두 포괄하는 개헌추진협의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과 30일 회동 이후 "(반 전 총장이) 입당을 원하더라도 지금은 받을 수 없고 함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손 의장 역시 "개혁세력을 바탕으로 정치하면 같이 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보수세력에 얹혀서 정치한다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빅텐트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에선 '스몰텐트'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이 주도하는 개헌추진협의체의 구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