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트럼프 시대의 개막으로 지구촌 경제와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자 기관 투자자들이 실물자산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현금 비중을 대폭 늘렸던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이를 축소하는 한편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또 전통적인 금융자산보다 비전통적인 자산을 늘리는 것도 연초 두드러진 추세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2일(현지시각) 블랙록이 240개 글로벌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5%에 달하는 기관이 올해 현금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금 확대를 전망한 응답자 13%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총 자산 규모 8조달러의 이들 기관 투자자들은 실물자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관련 자산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기관이 61%에 달했고,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3%에 불과했다.
양측의 차이가 58%로, 지난해 말 기준 49%에서 대폭 상승했다.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전통적인 금융자산의 경우 미국과 유럽의 정치 및 정책 리스크로 인해 변동성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기대 수익률도 낮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진단이다.
이 때문에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실물자산 투자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률 창출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동산 투자를 늘릴 계획을 세운 기관이 47%로 집계됐고, 사모주식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투자자도 48%에 달했다.
임대용 부동산과 인프라, 재생에너지 등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끄는 자산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채권시장 내부에서도 전통과 비전통 자산의 선호도 반전이 뚜렷했다. 특히 신용 노출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주요 기관들 사이에 두드러졌다.
뱅크론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이 축소 의견에 비해 26% 높았고, 하이일드(23%)와 증권화 자산(22%)에 대한 선호도 역시 강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 패시브에서 액티브 펀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28%의 기관 투자자들이 패시브형에 비해 액티브형 펀드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고, 패시브형 펀드의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17%로 낮았다.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은 차가운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 주요 기업들은 퇴직연금 자산의 헤지펀드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헤지펀드 축소 의견이 확대 의견에 비해 22% 높았다. 장기물 채권이나 부동산 및 실물자산으로 자금을 옮길 것이라는 의견이다.
블랙록의 에드윈 콘웨이 글로벌 기관 고객 비즈니스 헤드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해 다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수익률 부진과 마이너스 금리로 타격을 입었다”며 “연초 펀드매니저들은 자산 배분과 리스크에 대한 관점을 크게 수정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