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중국과 독일, 일본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정책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은 중국·독일·일본 정부가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수출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각국 언론과 전문가들 발언에 따르면 트럼프는 애초부터 환율을 보는 시각이 왜곡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
◆ 일본 정부 "환율 조작 한 적 없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환율 조작을 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반론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3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책이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OJ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말하기 시작한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통화의 경쟁적 절하를 피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BOJ의 금융완화는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이지 엔저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의 주장 중 상당수는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아베 신조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서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자동차 수가 2015년 기준 38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30년 전보다 최소 10배 많은 규모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150만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반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 규모는 같은 기간 160만대에 그치면서 이전에 기록했던 최고치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신문은 "미국 자동차는 연비 효율성이 낮고 일본의 좁은 골목에서 달리기에 크기가 맞지 않는다"며 "미국 자동차가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미국 업체들이 일본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독일 "유로는 조작 불가능.. 미국차 안 팔린 건 품질 낮아서"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독일 정부에서는 좀더 직설적인 반론을 펼쳤다. 트럼프가 미국에 수입된 독일 자동차는 많은 반면 독일에 수출된 미국 자동차는 없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자동차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덴마크 영어신문인 '더 로컬'에 따르면 시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미국이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더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을 약하게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학계에서는 트럼프가 환율 전쟁 논란을 일으켜 독일 및 유럽연합(EU)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는 교수도 있었다.
해롤드 제임스 프린스턴대학 경제사학과 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독일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발생한 외화를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을 사들이는 데 쓰고 있다"며 "이는 독일 정부의 의도라기 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부양책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유로화 가치를 조작해 무역수지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유로를 지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독일이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고수하는 이유는 유럽 국가끼리 다른 통화를 사용함으로써 무역 이익이 발생하는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 중국 전문가 "정부, 위안화 약세 막으려 애쓰는 중"
중국 전문가 역시 위안화 환율이 조작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틀렸다"는 입장이다.
아시아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앤드루 셩 펠로우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무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중국은 달러/위안 환율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셩은 "중국 정부는 트럼프 만큼이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1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소진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이미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2.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중국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조10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2월의 2조9914억달러 이후 5년 10개월만의 최저 수준이다.
중국은 2014년 6월에 외환보유액이 4조달러에 육박했으나,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자본유출과 위안화 가치 방어가 이어지면서 24%나 쪼그라들었다.
중국 외환보유액 추이 <출처=트레이딩 이코노믹스>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