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오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자동차'를 두고 열띤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중 약 70%가 자동차 관련 무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과 환율 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이상, 어떤 합의가 나오느냐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고용 창출과 인프라 투자 참여에 응하면서도 외환시장 조작이나 대일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을 완화하기 위해 설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의 주장 중 상당수는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논평하는 등 일본 내 비등하는 여론의 단면을 드러냈다.
◆ 트럼프 "일본, 환율 조작국"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대일 무역적자와 환율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일본을 직접 비판해 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제약회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일본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위안화와 엔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통제(조작)해서 달러 가치를 높이고(절상), 미국 수출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앞서 멕시코에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트위터에서 "도요타자동차가 멕시코 바자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는데 절대 안 된다"면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 환심 사려 '인프라 투자' 지원 준비한 아베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미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 내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일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미국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공헌할 인프라 정비사업에 협력을 포함하는 큰 틀에서의 경제협력 패키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경제 성장과 고용을 위한 의제를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미국과 경제협력의 일환으로 일본의 공적연금을 관리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미국의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담았다.
미국 기업들이 인프라 관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GPIF가 사들이는 방안이다. GPIF는 130조엔(약 1324조9470억원) 규모의 운용자금 중에서 5%까지 해외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외에도 미국과 일본이 제3국에 인프라를 공동 투자하고, 로봇 및 인공지능(AI) 분야를 공동 연구하는 방안, 사이버공격에 대한 공동 대처 등의 경제협력 방안도 내놓았다.
◆ 마이니치 "차 수출보다 현지 생산 훨씬 많다"
반면 일본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의 주장 중 상당수는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서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자동차 수가 2015년 기준 38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30년 전보다 최소 10배 많은 규모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150만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반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 규모는 같은 기간 160만대에 그치면서 이전에 기록했던 최고치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일본 시장이 미국 제품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주장 역시 일방적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은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으나, 일본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 자동차는 연비 효율성이 낮고 일본의 좁은 골목에서 달리기에 크기가 맞지 않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즉 미국 자동차가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시장이 배타적이어서가 아니라 미국 업체들이 일본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값을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 경쟁력을 부당하게 높이고 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엔화가 달러대비 80엔일 만큼 강세였을 때도 일본 자동차들은 높은 연비 효율성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던 반면, 미국 자동차들은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았다.
일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일본의 자동차 안전 기준이 미국과 달라서 비관세 장벽(정부가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해외 제품을 차별하는 규제)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안전 기준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와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아베 총리는 미국의 일방적인 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