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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미국 회사채 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법인세 인하에 따르는 세수 벌충 방안으로 국경세 조정과 함께 지급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 철회가 거의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S&P500기업 등 우량기업에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그 부담은 차입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집중돼 재무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주간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최신호(2월4일자)는 "트럼프 당선 이후 기업 이익에 부과되는 법인세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맛보았다면 이제는 법인세 인하의 댓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법인세 인하 기대감이 한바탕 시장을 흔들었다면 이제 그 댓가 즉 법인세 인하로 초래되는 세수를 무엇으로 채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수 감소분 벌충 방안으로 수출입과 역내외 과세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지금은 법인들이 지급하는 이자비용에 대한 세금공제를 없애는 것도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비용의 세금공제가 없다면 2013년 기준으로 세수는 GDP 대비 1.6%, 이자율이 높았던 2007년 기준으로는 4.3%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정도이면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까지 인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바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포즌(Robert Pozen)교수는 "이자비용 세금공제를 없애면, 법인세를 15%까지 낮출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괄감가상각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그럴 경우에 인하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감세로 기업 부담 늘어나는 곳 있다
미국 비금융기업 이자보상배율 추이 <자료 :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재인용> |
문제는 감세의 혜택이 모든 기업에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 하원에서 제안한 20%로 법인세 인하를 전제하면, 수혜와 부담을 가르는 이자보상배율(세전이익/지급이자)은 4로 계산됐다.
씨티그룹의 매트 킹(Matt King)은 "법인세율 35%에서 실제기업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이 27%내외인 점을 고려해서 이자보상배율을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등급의 우량회사에게는 호재이지만 하이일드나 정크 등급의 기업들에게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유사이래 차입이자율이 가장 낮은 상태이고 경기가 호전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기업들의 차입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측에서는 레버리지에 대한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MS)는 "지급이자에 대한 공제혜택이 없어지더라도 금리수준이 사상 최저수준이라서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차입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거나 그런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회사채 시장 양극화… 부도 기업 증가 예상
지급이자에 대한 공제혜택을 없애면 미국내 회사채 발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제해택이 있는 대부분의 외국시자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고 그 돈으로 미국시장에서 만기도래하는 부채를 갚아나간다는 데 있다.
이런 대체 발행의 기회는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들에게 주어질 것이고, 미국내 회사채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올라 회사채 수익률을 하락할 것이다.
반면, 신용등급이 중하위거나 정크수준인 회사들은 공제혜택이 없어진데다 대체발행의 기회도 없어 재무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떻해서든지 차환을 시도하고 관련 회사채 수익률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트럼프 감세가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이일드나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지급이자 세금공제라는 기존의 혜택까지 없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부도기업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부도율이 2%대였는데 지난해에는 낮은 유가로 인해 관련업계의 부도가 빈발해져 정크본도의 부도율이 5%까지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신평사 S&P가 등급을 상향조정한 기업수 보다 하향조정한 기업수가 2배나 됐다. 구조조정이나 하위등급과 거래가 많은 사모펀드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일련의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높아졌다"면서 "트럼프 감세 효과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