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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 vs 워킹맘①] “새학기 싫어” 회사보다 학교가 더 두려운 그녀

기사등록 : 2017-0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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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학교도우미 자발적이라지만,
한번도 못가면 미안한 게 부모 마음”
워킹맘·슈퍼맘은 韓사회 전체 문제
전문가 “낳았으면 기를 수도 있게”

[뉴스핌=이보람 기자] "새학기요? 사실 걱정부터 되죠. 학교에 언제 한번 가볼 수나 있을런지…"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 동작구에 사는 이형숙(44·여)씨 이야기다. 이 씨에게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큰딸과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작은 아들 남매가 있다.

새학년이 시작되면 담임선생님을 만나 인사도 드리고 다른 엄마들을 만나 정보도 공유하고 싶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그녀는 야근이 익숙한 '워킹맘'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 이 씨의 타는 가슴은 새학기마다 더 타들어가고 있다.

학부모와 예비초등학생이 예비소집일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매년 3월, 대부분 학교에서는 학부모총회를 연다. 초등학교에는 갈 일이 더 많다. 녹색학부모회, 도서관도우미, 교통안전도우미, 급식모니터, 학부모 참여수업 등 다양하다. 대부분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지만 한번도 못가면 왠지 마음이 무거운 게 부모다.

아이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새학기 증후군'을 겪을까봐 노심초사하는 것도 새학기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운 이유 중 하나다.

이 씨는 세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다. 각 사업체의 세금 정산이 이뤄지는 3월에서 5월이 가장 바쁘다. 연차를 내기도, 혼자서 먼저 퇴근하기도 눈치가 보인단 얘기다.

대부분 다른 워킹맘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킹대디'가 아이 학교에 가기 위해 시간을 내는 건 사실 더 어렵다.

이 씨는 "큰 딸이 사춘기를 겪던 5학년 때 '엄마아빠는 나한테 관심이 없냐'면서 학교에 한번도 오지 않는다고 울었어요"며 "올해 처음 중학교에 들어갔으니 어떻게든 시간을 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출산·육아휴직처럼 출산을 위한 제도는 있으면서 아이들을 잘 기를 수 있는 제도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16 일·가정양립 지표'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10곳 중 2곳에 불과했다. 특히 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제도 도입률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훨씬 낮게 나타났다.

유연근무제란 말 그대로 직원의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아예 근로시간을 단축해주는 제도 등이 포함된다. 전체 사업자 가운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의 도입 비율이 각각 80.2%, 58%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유연근무제도 도입 비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이나 육아에 따른 고충을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됐지만 워킹맘을 위한 제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여성도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며 "그렇지만 성(性)에 따른 역할에 대한 전통적 규범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제도도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법적제도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강제성을 띈 규범은 기업 등에서 오히려 반발을 키울 수 있다"며 "'워킹맘', '슈퍼맘' 등의 상황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이 공론화돼 다양한 의견들을 사회가 수렴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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