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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 vs 워킹맘③] 엄마가 아이 성적 좌우? “엄마! 인생 찾으세요”

기사등록 : 2017-02-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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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 잘나가는 워킹맘 아이 ‘초미 관심’
쿨한 워킹맘 “비결은 무슨? 전업맘은 너무 극성”
좋은 학원 ‘글쎄’, 아이부터 바라보는 게 진정교육

[뉴스핌=김기락 기자] “같은 반 아이 엄마라면서 제 딸아이가 다니는 학원 정보를 꼬치꼬치 묻는 거에요. 생뚱맞죠? 근무 중에 전화를 받아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몰라요. 그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서울 잠실에서 여고2학년 학생을 둔 워킹맘 성가연(가명) 씨는 이 같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얼굴도 모르는 학부모가 아이 성적 향상 비결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성 씨는 한동안 이런 전화에 시달렸다.

전업맘들이 부러워하는 워킹맘들이 있다. 워킹맘은 전업맘보다 아이 교육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지만, 워킹맘 아이의 성적이 오르거나 주변에 친구들이 많으면 학부모들의 호기심이 저절로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일가정양립지표’에 따르면 40대와 50대 과반이 맞벌이부부다. 조사 결과, 40대 맞벌이 비율은 51.4%, 50대는 51.7%로 집계됐다. 30대는 42.6%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맞벌이로 바뀌는 셈.

성가연 씨는 “제 아이 성적이 올라가 전교에서 최상위권에 들자, 엄마들로부터 전화가 온 거였어요”라며 “그동안 제가 학부모 모임에 나간 적이 없었고, 학부모들과도 교류가 없었거든요”라며 의아해 했다.

이후 성 씨는 학부모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VIP가 된 느낌을 받았다. “카페에서 엄마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모두들 저와 가까이 앉으려고 약속 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빨리 왔다고 하더라구요. 이미 제가 도착했을 때 자리 순서까지 정해진 상태였어요”라고 했다.

첫 모임을 가지고 나서 엄마들 연락이 더 많아졌다. 아이 공부방을 구경하고 싶다는 요청도 왔다. 그런데, 성 씨는 이들과 이별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 성적이 좋다고 해서 몰려드는 그들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 씨는 “아이 성적이 오른 게 학원 등의 영향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엄마들은 제 애가 노력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엄마의 정보력 등이 아이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너무 계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후로 피하게 되더라구요”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원희(가명) 씨는 초등학생 두 딸을 시어머니가 봐준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에 퇴근하고, 야근도 많아 집에 오면 잠자기 바쁘다. 때문에 평일 전업맘들과 교류는 언감생심이다.

이 씨는 “친구들끼리 몇몇 그룹이 형성돼 있는 것 같은데, 제 딸 아이는 여기저기 잘 어울렸어요. 친구들이 놀 때마다 제 딸을 찾아요, 성격이 모나지 않고 인성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요”라고 말했다.

이 씨를 찾아오는 엄마들은 저마다 아이의 교우관계가 고르지 못하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아 어떻게 키웠냐는 질문이 그들의 ‘의도’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 아이의 성격 문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이 씨는 “아이 인성이 좋은 게 꼭 교육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타고난 성격이 있을 수 있는거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또 “좋은 인성을 키워주기 위해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가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요즘처럼 추울 때는 아이와 산책하고 집에 오면 따뜻한 집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갖게 돼요”며 “워킹맘이니까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더 자주 아이와 함께 하려고 해요”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전업맘과 워킹맘의 ‘세력’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그들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게 더욱 가치있다는 생각에서다.

“엄마들끼리 세력,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얼마나 가겠어요? 세력을 쫓아가며 휩쓸려 다니기보다는 엄마로서 본인 인생을 행복히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솔직히 워킹맘들은 일하기 벅찬데 세력 따위에 신경쓸 여유도, 가치도 못 느낀답니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서울 중계동의 한 전업맘은 “전업맘과 워킹맘은 똑같은 부모인데 아직도 나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불확실성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영원한 전업맘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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