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비공개 골프회동을 통해 긴밀한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뒤이어 전해진 북한 미사일 소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일본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지를 밝혔다.
11일(현지시각) 방미 이튿날을 맞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Trump National Golf Club)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양국 취재진은 두 정상이 클럽 내부로 입장할 때까지만동행한 뒤 라운딩이 시작된 뒤에는 골프장 건물 내에서 대기해야 했으며, 실내에는 창문이 모두 검은 색 비닐로 차단 돼 두 정상의 모습은 취재할 수 없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와 소셜미디어에 아베 총리와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면서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와 멋진 시간을 갖는 중”이라며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골프 회동과 관련한 트럼프 트윗<출처=트럼프 트위터> |
두 정상의 골프 회동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골프 선수인 어니 엘스가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골프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가진 사진 촬영 당시에도 아베 총리가 “강력한 손을 가졌다”며 골프 스윙 포즈를 취하는 등 주말 골프 회동에 상당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내 골프 실력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견줄 수준이 아니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 세계와 역내, 미국과 일본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WP는 이번 골프 회동을 취재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백악관의 결정은 과거 정권과는 다른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고위 관계자와의 라운딩은 관련 사진과 기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종종 취재진 공개로 진행했으며, 지난 2013년 캘리포니아주 서니랜드에서 진행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모습도 취재진에 공개된 바 있다.
미국과 일본 매체들은 이번 주말 회동이 두 정상이 양국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신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장녀 이방카와 함께 라운딩에 동행할 예정이었던 아키에 여사는 일정을 바꿔 멜라니아 여사와 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일본 정원 ‘모리카미 박물관’을 함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골프회동 뒤 두 정상은 북한의 갑작스런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 동맹을 더 긴밀화하고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뒤에 서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으로 마이크를 이어 받은 뒤 “미국은 훌륭한 동맹국인 일본을 100%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확실히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덧붙인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아베 총리와 자리를 떠났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