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수 특검이 박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직간접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탄핵법정에서 뇌물죄는 전면에 등장할 전망이다.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 측은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에 대한 재판준비를 따로 하지 않았다.
뇌물죄는 헌재가 정리한 네번째 소추사유 유형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항목에 들어 있다. 언제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사안이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 합병을 위해 최 씨와 박 대통령에게 44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주요 범죄를 소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그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압박을 가했고, 공정위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한 것이다.
추가로 압수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에서 또다른 증거를 얻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특검사무실에 뇌물공여 혐의로 재소환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탄핵법정은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로 술렁일 전망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오는 23일까지 국회와 대통령 측에 최종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이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소추위원 측은 관련 내용을 최종의견서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혐의가 기존 탄핵 소추사유에 이미 포함돼 있는 만큼, 영장이 발부되면 관련 소추사유를 뒷받침할 추가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번째 소추사유 유형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 항목이 다시 한 번 강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탄핵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한 차례 영장 기각으로 관련 내용의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 해당 유형에 대한 재판 준비자료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
두번째 소추사유 유형인 '대통령 권한남용'과 관련해서도 이번 영장 청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소추위 측이 지난 6일 제출한 준비서면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삼성은 이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특혜까지 제공하면서 박 대통령이 개인의 이득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게 소추위 측 주장이다.
소추위원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은 관련이 없고 뇌물수수는 탄핵 소추사유 유형에서 삭제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추후 영장이 재청구된다면 관련 사유를 봐야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대통령 측은 상황이 다르다. 앞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상황에 비춰볼 때 이같은 소추위 측 움직임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추위 측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참고자료를 지난달 23일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직후였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국회는 탄핵소추사유를 의결 절차 없이 의안 채택 형식으로 추가했다"며 "해당 내용은 탄핵심판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공정위의 삼성 특혜와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의혹 역시 새로운 탄핵 소추 사유가 추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와 관련한 내용이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의견서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내용이 최종 선고 결과에 반영될지는 재판부의 손에 달려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