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틀간에 걸친 의회 증언을 통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뜻을 내비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달러화의 향방에 모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연준의 행보가 달러화 움직임에 상충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이 긴축을 가속화한 데 따른 달러화 상승 압박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도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하원에 출석한 옐런 의장은 전날 상원에서와 마찬가지로 매파에 치우친 의견을 내놓았다.
침체 이후 미국 경제가 연3% 성장률을 넘기지 못하는 취약한 회복을 보였지만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에 비해 탄탄한 성장을 기록했고, 연준의 경기 부양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또 올해 세 차례 긴축이 단행될 여지가 높아졌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금리인상은 달러화의 상승 요인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정책 역시 달러화에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과 국경세 부과 및 기업들의 해외 이익금 환입 등이 달러화에 상승 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달러화 향방을 놓고 투자자들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달러화를 끌어내릴 수 있는 측면도 작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보호 무역주의 정책이 달러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며, 반이민 정책 역시 악재라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보다 궁극적인 사안은 달러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며 직설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엄포나 일본을 향해 인위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강달러를 지양하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중국과 일본 이외에 독일에 대해서도 유로화를 ‘치사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옐런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엇갈리는 정책 운영에 달러화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편 워싱턴의 대응을 가늠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SEB의 리처드 포켄홀 FX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달러화 전망이 안갯속”이라며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서로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가 내림세로 가닥을 잡을 여지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준이 완만한 금리인상을 단행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실망감과 함께 주식시장의 매도가 본격화되면서 달러화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보합권 등락을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가 장중 0.03% 소폭 내린 가운데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0.1% 하락했고, 엔화에 대해 약보합을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