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또다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법원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손을 들어줄지, 삼성의 '피해자' 주장을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선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이재용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특검이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이다. 이 부회장에겐 위증도 추가됐다.
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른쪽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 이형석 기자 leehs@ |
경우의 수도 많다. 먼저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이 모두 구속되는 경우다.
지난달 19일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을 검토한 후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관련자 등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은 "지난 3주간 보강조사를 통해 추가증거를 확보했다"며 "법원의 기준에 맞춰봐도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가 상당하다"며 구속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측은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며 어떤 대가성도, 청탁도 없다고 반박하며 각종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최근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의 차명폰 통화내역 등이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를 입증하는 데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원이 이 부회장을 구속시키고 박 사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법원이 뇌물공여의 핵심 인물은 이 부회장이란 것이다. 박 사장은 이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만 판단했을 경우다.
만약 박 사장이 특검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언을 했다면, 법원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박 사장만 구속될 수 있다. 이는 법원이 삼성의 뇌물공여는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의 개입이 없었다고 판단할 경우다.
만약 박 사장만 구속된다면 특검팀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무 등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뇌물공여를 인정한 셈이 되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수 특별검사. 이형석 기자 leehs@ |
특검의 최악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될 경우다. 단순히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입증이 부족해지면서, 박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도 불투명해진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수첩과 통화내역까지 뇌물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다른 대기업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특검이 최씨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공소장을 작성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다.
또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특검 수사기간 연장 등 특검을 둘러싼 현안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영장심사 결과는 17일 새벽에야 나올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