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불명예로운 낙마에 이어 앤드류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자의 퇴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트럼프 팀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제시한 ‘장밋빛’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손질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
백악관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 포함되며, 앞으로 수 주일 이내에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놓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
문제는 선거 전후로 트럼프 팀이 제시한 전망치가 월가 투자은행(IB)과 의회예산국(CBO)의 수치를 크게 앞지른다는 점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인준에 앞서 3~4%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호언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경제팀이 내놓은 전망치도 3.0~3.5%에 이른다.
아울러 앞으로 10년간 인플레이션이 궁극적으로 3.2% 내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연 평균 2%에 그쳤다. 상당수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3%를웃도는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3%를 웃돌았던 미국 생산성은 2010년 이후 가파르게 떨어졌고, 최근 0.7%까지 밀렸다.
앞서 CBO는 2021~2027년 사이 미국 경제가 1.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장기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하버드 대학의 데일 요젠슨 경제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경제 성장률 3% 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인구 고령화를 포함한 경제 구조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앞으로 10년간 성장률이 1.8%로 예상되며, 대대적인 세금 인하가 단행된다 하더라도 성장률이 2.4%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 측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공약을 근간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하는 가운데 세금 인하와 군대 강화 및 대규모 인프라 투자, 메디케어 및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유지 등 서로 상충하는 부분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팀의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망을 제시하도록 압박을 가할 경우 이후 정부의 신뢰를 추락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40% 에 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더욱 실추될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고성장 전망이 GDP 대비 재정적자 수치를 떨어뜨리는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정경제 부문 싱크탱크인 CRFB(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의 마야 맥기네스 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군비 증강과 세금 인하는 재정적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높은 성장률 전망을 제시할 경우 앞으로 수년간 수조 달러의 부채를 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