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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의 트럼프 랠리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헤지펀드 업계가 주가 조정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지수 하락 베팅이 급증한 한편 고객들에게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이 연이어 제시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의 숏베팅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증시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다우존스 지수에 대한 헤지펀드의 하락 베팅이 최근 1개월 사이 13%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600에 대한 숏베팅 역시 18%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이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13% 랠리한 다우존스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유럽증시 역시 올들어 약 12% 이르는 강세장을 연출한 가운데 프랑스를 필두로 정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헤지펀드 업계의 포지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대감을 공격적으로 선반영하며 급등한 개별 종목을 매도, 차익을 실현하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경고하고 나섰다.
주가를 끌어올린 정책 이행에 시장의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보호주의 정책이 예기치 못한 경제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자산 규모 300억달러의 헤지펀드 업체 바우포스트 그룹은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달러 헤게모니가 쇠퇴하는 한편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가파르게 치솟을 것”이라며 “무역부터 이민까지 보호주의 정책이 주요국 경제에 흠집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행동주의 헤지펀드 업체인 마르카토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장비 대여 업체 유나이티드 렌탈의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렌탈은 대표적인 트럼프 랠리 종목 가운데 하나다. 1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로 ‘사자’가 봇물을 이룬 사이 마르카토는 차익을 실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질적인 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져 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런던 소재 호스만 캐피탈의 샤논 맥코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한 기대로 뜨거운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을 포함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지역의 리스크는 철저히 외면 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 대표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금에 베팅할 것을 권고해 관심을 끌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 불확실성, 여기에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금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의 올해 S&P500 기업 이익 전망치가 1월 123.13달러에서 최근 121.85달러로 하락, 헤지펀드 업계의 보수적인 행보에 설득력을 제공했다.
한편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올들어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의 운용 성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반의 수익률이 연초 이후 2%로 집계됐고, 주식펀드의 수익률이 평균 4%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상승률인 5%에 못 미치지만 최근 수년간 헤지펀드가 고전한 점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반전이라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