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금융당국이 4개월 만에 약속을 뒤엎고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한진해운은 죽도록 놔뒀으면서 대우조선만 살리는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신용 경색을 겪던 한진해운은 당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올초 4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와 관련 당국은 “한진해운은 소유주의 자구노력 의지가 부족했다”며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항변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23일 대우조선 지원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을 실사한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대 부족자금은 5조1000억원에 달한다.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추가 지원안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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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대우조선과 한진해운을 둘러싼 환경의 차이로 처리 결과가 달라진 것일 뿐이며 ‘자구 노력 선행‘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우선 소유구조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우조선은 정부 소유 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반면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소유한 사기업이다. 소유 구조가 다른 만큼 대우조선과 똑같은 경영정상화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9389억원 ▲운영자금 기한연장 6420억원 ▲구조조정기금 1963억원 등 약 1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산업 경쟁력에서도 한진해운은 취약했다는 평가다. 한진해운은 60척의 사선 중 55척에 대해 선반금융 잔액이 2조5000억원 규모였다. 용선 95척은 시장가 대비 평균 약 80% 높게 계약돼 운영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였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진해운 실사 결과 부족자금이 4조8000억원에 육박했다. 반면 대우조선은 세계 최초로 쇄빙LNG선을 건조하는 등 세계 1위의 산업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대우조선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직원만 3만4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100여개 사의 협력업체 및 1200여개의 기자재 구매업체와의 연간 거래 규모만 2조8000억원이다. 당국은 대우조선 도산시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국민경젱에 악영향을 미칠 점을 고려했다.
채권 구조 역시 대우조선은 은행 차입금 등 협약채권 비중이 전체 채권(21조6000억원)의 81%에 달해 협의를 이끌어내기 수월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4조8000억원 가운데 30%(1조4000억원)에 그쳐 채권자와의 협상이 더디게 진행됐다.
결정적인 이유는 오너의 의지 부족이다. 대우조선은 이해관계인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대우조선은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임금 반납 등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4조8000억원의 자금 부족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 측에서 5000억원만 지원할 수 있다고 완강히 버텼다. 아울러 사채권자의 협상도 번번이 실패하면서 손실분담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했다. 결국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선택,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