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범여권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상이한 대선 전략이 눈에 띈다. 한국당은 대선 스타트가 늦어 진영논리 등 '벼락치기'에 집중하는 반면 바른정당은 '준비된 모범생'처럼 꾸준히 공약을 발표하고 당내 양자 토론회에서 날선 검증도 이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하고 지지율이 낮아 국민들에게 주목받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23일 충북 청주 CJB청주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대선 자유한국당 후보자 경선 토론에 앞서 (사진 왼쪽부터) 김관용, 홍준표, 김진태, 이인제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 대선 경선에는 공약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공약보다는 진보와 보수라는 구도 짜기가 더 중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한국당은 조직적으로 '노무현, 문재인 때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후보 단일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늘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당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연일 대선판을 좌우 진영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홍 지사는 '좌파', '노무현 자살', '정치검찰' 등 거친 언사를 통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노 전 대통령 일가 뇌물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며 '노무현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내 후보 중에서 지지율 선두인 홍 지사는 아직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식 캠프도 없다. 친박(친박근혜)계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지지받는 김진태 한국당 의원 역시 '평화적 흡수통일' 등을 제외하면 뚜렷한 공약이 없다. 짧은 조기대선에서 정책보단 진영 논리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게 한국당의 인식이다.
한국당은 '후보 단일화' 구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반문재인)연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 개별 접촉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홍 지사는 바른정당 최대주주인 김무성 고문을 비롯, 친분이 있는 인사를 두루 만났다. 이 자리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와 당 통합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측근과 SNS를 주고받던 중 한국당, 바른정당,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장면이 한 언론사에 포착됐다. 당 차원에서 폭넓은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ICC호텔에서 열린 대선후보 정책 토론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지=뉴시스> |
반면 바른정당은 준비된 보수 이미지를 쌓기 위해 모범생 행보를 보여왔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노동, 보육, 사교육 폐지, 모병제, 안보 등 다방면의 정책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토론회에선 상호 정책 검증에 열을 올렸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정책공약이 없다"며 "정책 콘텐츠에서 한국당과 비교안될 정도로 우리가 우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 속에 공약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고민이다.
그러다보니 정책과 공약이 실종되거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미래 비전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보수진영이 후보단일화 등 구도에 매몰되면 정치공학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