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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연초만 하더라도 곳곳에 산재한 정치 리스크로 기피 대상이었던 유럽이 견실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다시금 사로잡고 있다.
유럽 증시는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자금 순유출이라는 굴욕을 맛봤고 올 초까지만 해도 투자 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경기부양 정책에 탄력을 받은 미국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유럽의 경우 빡빡한 선거 일정이 불확실성의 배경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유명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유럽에 대한 낙관론이 빠르게 고개를 들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의 선거 일정이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일련의 이벤트들이 유럽의 구조개혁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우려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 지표들이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는 점 역시 긍정적인 기업 실적과 맞물려 유럽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 IB들, ‘그린라이트’ 봤다
27일자 미국 투자전문지 밸류워크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기업 심리와 가계 및 공공부문 지출 개선에 힘입어 유럽 경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유럽 증시에 매수 의견을 추천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의 경우 위험이 남아 있긴 하지만, 유럽 선거가 각국의 유로존 탈퇴를 부추기는 정권의 집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내지 않았다. 더불어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도 2018년이 돼서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유럽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와 유럽 주가지수 목표치를 상향한 모간스탠리 보고서를 소개했다.
MSCI 유럽기업 실적 전망치 연도별 비교 <출처=로이터그래픽/모간재인용> |
모간은 MSCI유럽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당순익이 올해 16% 증가하고, MSCI유럽 지수는 12개월 간 최대 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영국 블루칩 지수인 FTSE100지수 상장 기업들의 순익은 24% 증가하고 이 지수는 1년 내 7700포인트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낮은 변동성이나 기술적 과매수 상황, 정치 불안정 등은 리스크로 꼽혔지만 모간 역시 개선되고 있는 유럽의 펀더멘털이 우려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JP모간 유럽 수석시장전략가 스테파니 플랜더스는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유럽 금융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전반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유럽의 정치 리스크마저 긍정적 변수로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랜더스는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오른 1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와 같은 경기 개선신호와 더불어 유럽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 전망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선거가 다가오고 이탈리아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올해 유럽 정치권은 성장과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낼 것임이 분명하며 이는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유럽 ‘안전투자’ 인식
유로존 <출처=블룸버그> |
지난주 온라인 미 경제전문매체 더스트리트는 여러 정치적 긴장상황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축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현재 누가 뭐래도 안전투자처(safe heaven)라며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서베이를 소개했다.
BAML이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200명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미국 증시가 가장 고평가됐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응답자의 23%는 유럽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답했다.
유럽 펀드 매니저들의 84%는 유럽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유로존의 경우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글로벌 성장세 강화와 자본지출 확대라고 답했다.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긍정 요인은 주요 유로존 국가에서의 구조개혁 아젠다에 대한 합의라며, 이로 인해 주당순이익(EPS) 성장세가 10% 넘게 개선되고 인플레이션도 꾸준히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스위트 스폿'은 금융주
한편 유럽 증시 낙관론 속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부문은 금융업종이다.
모간스탠리는 부진한 경제성장세, 규제 압력, 초저 또는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지난 수 년 간 수익에 타격을 받았던 유럽 은행들이 작년 여름 이후 강력한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금융업종은 정치적 불안정에 가장 취약한 부문이기도 하나, 낮은 밸류에이션 매력에 더해 앞으로 수익성 개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종목이라는 판단이다.
JP모간은 ECB가 독일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을 낮추는 방법으로의 채권 수익률곡선 평탄화(커브 플래트닝) 이점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하는 만큼 장기 대출 금리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유럽 금융주 실적에는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