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이윤애 기자] 목표는 50%, 현실은 47.8%. 언뜻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목표가 실패한 듯하지만 대세론의 이상징후라고 보기 어렵다. 40%대 초반이라면 몰라도 50%에 가까운 47.8%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득표율은 36.7%. 문 전 대표와 같은 40%대를 기록했다면, 교두보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했었다.
충청이 문 전 대표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경선 지역인 충청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47.8%(6만 645표)의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재선 지사로 안방인 충청권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지만 36.7%(4만 6556표)에 그쳤다. 안 지사는 충청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꺾고, 수도권 경선까지 과반 저지를 통한 결선투표를 만들어 내려 했지만 상황이 쉽지 않게 됐다.
29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선출대회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최성 경선후보가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시스> |
◆문재인, 충청에서도 대세론 입증…영남에서 '굳히기' 나서
'문재인 대세론'은 안 지사의 '안방' 충청에서도 여전했다. 일각에서 일시적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압도적인 경선 승리만이 압도적인 정권교체 만들 수 있다"며 "정권교체 필승카드 문재인을 지지해 달라"는 문 전 대표의 호소가 충청의 마음을 훔쳤다.
충청은 재선 현역 도지사인 안 지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봤다. 때문에 문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율인 60.2% 만큼은 아니더라도 과반 또는 1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세론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예견했다.
특히 오는 31일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영남에서 다시 한 번 대세론 돌풍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규모도 충청이 17만 여명인데 비해 영남은 23만명이다.
호남과 충청, 영남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로 1위를 유지한다면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전체 경선 누적 과반수 득표 성공을 통한 결선투표 없는 본선행 티켓 가능성도 아직 유효하다.
◆안희정, 安風 기대했다 아쉬움 가득·이재명, 安 응원했지만 文 벽 높아
안 지사에게 이번 충청 경선은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안풍(安風·안희정 바람)을 일으켜 대세론을 꺾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충청은 마지막 기회였다. 정치권에는 대선주자가 되거나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선 자신의 지역에서 밀어주는 후보(1위)가 돼야만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역대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중요한 지역이다.
충청에서 안풍이 불면 영남(선거인단 23만여명)에서 문 전 대표에게 패한다고 해도, 전체 선거인단(214만여명)의 60%에 해당하는 수도권(130만명)에서 역전 또는 과반 저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쉽게도 1위 자리를 내어주며 경선 과정이 다소 험난해졌다.
이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시장은 충남에서 커다란 득표를 기대하진 않았다. 안 지사의 선방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시들해지길 기대했다. 이 후보 측 캠프의 김병욱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가 충청에서 선전해 문 후보의 과반을 무너뜨리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영남과 수도권에서 기대를 해볼 만하다. 인구 비중도 수도권 비율이 높고, 후원금도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과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상대로 열세를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역전의 기회를 찾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