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때문에 산업은행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추가 자료 제출 지연, 외압설 등을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언론 대응을 자제하며 채무재조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투자위원회를 열었지만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방안에 대한 결론을 다음주로 연기했다. 지난 5일에 이어 두번째다. 연기 사유는 자료와 시간 부족.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3887억원 어치를 들고 있다. 이는 전체 발행잔액(1조3500억원)의 30% 가량이다. 국민연금이 오는 17~18일 열릴 예정인 사채권자 집회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은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어떤 자료가 부족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불만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연금이 제기한 외압설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연락도 안되는 데 무슨 외압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앞서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이 연금 가입자나 투자자 자신을 위해서도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이익인지는 이미 명확한 답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자율적 구조조정 합의를 존중한다”면서도 “불발시 P-플랜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책당국자들의 이같은 발언이 외압과는 다른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문형표 당시 복지부장관의 외압으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받았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이를 의식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방안 결정을 머뭇거린다고 보고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건과 대우조선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며 “어떻게 이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냐”고 항변했다.
한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 행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등은 오는 10일 국민연금을 포함한 32개 기관투자자들의 최고 경영자들을 만난다. 채무재조정 방안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계속 논의를 진행했지만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돼 진전이 되지 않고 있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 임원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