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3일 열린 금융안정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안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제 2금융권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7년도 제6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드러내며 실무진에게 면밀한 점검과 대응방안 마련을 제안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공통적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언급했다. 첫 번째로 견해를 밝힌 금통위원은 “가계의 소득증가가 제한적인 가운데 전세의 월세전환, 베이비부머의 은퇴, 자영업 전환에 따른 가계대출 수요 증가 등 구조적 요인들 때문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안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이에 대해 공감의 뜻을 밝히면서 “비율의 증가 배경에는 부채, 소득, 주택금융 방식, 부동산임대시장의 구조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중장기 전망과 안정적 관리 방안에 대해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고신용 차주 비율이 높다는 것만으로 가계부채 상황이 양호하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분포 측면에서 고소득 및 고신용 차주 또는 가구의 부채점유 비중이 높다는 것만으로 가계부채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기준에 의해 가계부채 누증의 리스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금통위원들은 제2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앞선 금통위원은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유해야 한다”며 “아울러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현황을 적시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통계를 보다 속보성 있게 편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금융불안이 종금사, 투신사,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금융부문에서 주로 초래됐고 최근에는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우려가 있으나 아직 관련 정보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비은행금융부문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파악하고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택가격 하락도 이날의 화두가 됐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시장에서는 분양 및 완공되는 주택 수가 점차 늘어나는데 반해 주택실질수요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금융시스템위험은 제한적으로 보이나,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가 확대되는 등 가계 및 기업 신용이 부동산 부문에 쏠리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경기의 향방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중요하고, 주택가격의 변화가 금융부문과 상호작용 해 부동산 관련 여션의 경기순응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금융안정점검회의는 기존 통화정책회의를 대체해서 처음으로 열렸다. 한은은 올해부터 금리결정 통화정책회의를 연간 12회에서 8회로 축소하는 대신 금융안정점검회의를 네 차례 열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