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금과 엔화를 포함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밀려들었다.
지난 주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폭격에 이어 북한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여기에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시장의 경계감도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11일(현지시각) 금과 엔화가 나란히 1%를 웃도는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역시 강하게 올랐다.
이와 함께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지난해 대선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시리아 공격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파열음이 날로 고조되는 한편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은 잔뜩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날부터 이틀간 러시아 방문에 앞서 “러시아는 미국과 시리아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미국과 외교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외교부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오프’ 심리가 번지면서 금 선물이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1.6% 상승한 온스당 1274.20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금 선물은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한편 200일 이동평균선인 온스당 1260.65달러를 뚫고 올라 추가 상승 가능성을 예고했다.
인시그니아 컨설턴트의 친탄 카나니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지정학적 리스크를 금값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나타내지 못했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과 돌발적인 행위가 금값에 강한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엔화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 이상 오르며 109엔 선에 진입했다. 장중 한 때 달러/엔은 109.64엔까지 밀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7bp 하락하며 2.30%선 아래로 밀린 뒤 낙폭을 축소했다.
앤드류 브레너 내셔널 얼라이언스 채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시리아와 북한을 둘러싼 리스크가 자산 가격을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뉴욕증시의 변동성을 반영하는 VIX가 5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해 투자자들 사이에 동요를 나타냈다. 장중 VIX는 7% 이상 급등하며 16선에 근접, 지난해 대선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편 장 후반 뉴욕증시는 완만하게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가 0.5% 가량 떨어진 가운데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가 0.3%와 0.4% 내외로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