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에 대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중은행 등 채무금융기관들도 이미 '자율적 구조조정'에 동참하기로 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채무재조정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던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저녁 이동걸 회장과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만나 담판을 벌였다. 산은측은 "양 기관 수장들의 만남 자체가 상황 호전을 의미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4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오는 17~18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의 약 30%에 달하는 3887억원 어치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회사채의 우선 상환을 위해 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상환자금을 미리 확보해두겠다는 제안을 국민연금에 전달했다. 사채권자들이 자율 구조조정안대로 50%를 출자전환 해주고 나머지를 3년 만기 연장해 준다면 만기 연장분에 대해서는 국책은행이 100% 상환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 지원하는 금액 2조9000억 원에서 별도 에스크로 계좌를 만든 뒤 단계별로 사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 할 금액을 쌓아두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요구한 지급보증은 불가능하지만 만기를 3년 유예해주는 회사채를 100% 회수할 수 있도록 우선상환권에 대한 안전장치를 분명히 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급보증은 국민혈세로 하는 것이니 만큼 불가능하지만 우선상환 방식은 협의가 가능하다"며 "최종 협상을 위해 국민연금에 회사채 우선상환권 관련해서 에스크로 계좌 애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말을 아끼고 있다.
자율적 구조조정은 국책은행(100%)과 시중은행(80%), 사채권자(최소 50%)의 신용대출 출자전환, 서울보증보험 등 2금융권의 방산보증 보장을 전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채무재조정에 실패해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래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가면 국민연금은 회사채의 90%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한편 전날 수출입은행과 시중은행, 서울보증보험, 방위산업진흥회 등 12개 채권금융기관은 자율적 구조조정에 동참하겠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