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6일째인 15일 한반도 주변 4강국인 미·중·일·러에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 북핵 등으로 한국이 처한 위급한 안보위기 속에서 문재인 시대를 열기 위한 협력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의 특사 인사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 유럽연합(EU) 및 독일에 각각 특사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중국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일본에는 문희상 전 국회 부의장, 러시아에는 송영길 의원, EU·독일에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각각 특사로 보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등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문제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우리 신정부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특사 파견은 그에 따른 후속조치다. 문 대통령의 외교비전과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인사들이 특사로 임명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사 임용 기준에 대해 "다소 상징적인 인물들"이라며 "특히, 해당국가와의 친분이나 인연을 반영했고, 상대국에서의 평가도 고려해 갈만한 사람들이 됐구나 싶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1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아울러 특사 개개인의 경력이나 특성,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들이 특사로 낙점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으로 보수언론 사주 출신인 홍 전 회장 낙점은 합리적 보수세력도 끌어안겠다는 국민통합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전 회장은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인사이긴 하지만,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지지해왔다.
이는 동시에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국에 진보정권이 들어섬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미국의 우려를 덜겠다는 것으로, 대북 문제를 미국과의 협조를 통해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2005년 주미대사를 역임한 홍 전 회장이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미국 조야에 다양하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바탕이 됐다.
이번 특사 중 최고위직 출신인 이 전 총리를 특사로 지명한 것은 중국에 대한 중요도를 반영한다. 아울러 적폐청산을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는 뜻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인사로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이다. 보수언론인 출신 홍 전 회장을 미국으로 보내는 한편으로, 이 전 총리를 중국 특사로 발탁함으로써 통합은 통합대로, 개혁은 개혁대로 추진해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다가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를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를 중국에 보냄으로써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세먼지 등 현안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하겠다는 포석도 깔고 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 중국특사로 파견되기도 했던 이 전 총리는 중국 관련 경험이 풍부하며, 무엇보다 중국 측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은 한일 관계의 복잡미묘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다. 기본적으로 문 전 부의장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는 등 한·일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일본 정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다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한일 관계의 특수성이다. 한국 입장에선 과거사 등으로 인해 끌어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경제 등의 측면에서 멀리할 수도 없는 일본이다. 문 전 부의장도 이 같은 한일관계를 염두에 둔 듯 지난 14일 위안부 합의 문제와 관련, "'파기'나 '재협상'이 아닌 제3의 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겉모습은 장비지만, 머리는 조조'라는 문 전 부의장의 노련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한·러 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인 송 의원은 인천시장 재임 시 인천시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간 자매결연, 인천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 조성 등 한·러 교류협력과 우의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3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평화우호훈장을 받은 러시아 전문가다.
대표적 친러 인사를 특사로 파견한 것은 향후 시베리아 가스관 공사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이 한국으로, 경제협력 카드를 통해 한반도 문제 주도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깔고 있다. 시베리아 가스관 사업은 향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