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동 기자] 보험회사가 파산하면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도 손실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된다. 파산한 보험사의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넘길 때 확정금리를 낮추거나 보장하기로 한 보험금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선 소비자 권익이 떨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형 보험사가 파산한 보험사를 손쉽게 인수할 수 있는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신규 영업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보험사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예금보험공사> |
예금보험공사(예보)와 금융당국은 파산하는 보험사가 나올 것에 대비해 소비자도 손실을 분담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보는 최근 보험연구원 등에 ‘보험계약이전제도 변경’ 관련 영구용역을 의뢰했다.
보험계약이전제도(계약이전제도)란 보험사가 파산해 다른 보험사로 넘어가더라도 기존 가입한 보험 계약 내용은 변경 없이 이전하는 것.
예보가 계약자도 손실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저금리 및 IFRS17 도입에 따른 영향 탓이다. 이전에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는 금리가 하락해 역마진 리스크가 커졌다. 여기에 부채를 현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회계제도가 변경되면, 보험사의 부채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0년 내외로 파산하는 보험사가 나타날 우려가 커졌다.
예보는 1990년대 말 일본 보험사 파산 당시 계약이전제도를 변경한 것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도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와 저금리로 인해 1997년 닛산생명, 1999년 도호생명, 2000년 다이하쿠생명, 타이쇼생명, 2001년 도쿄생명 등의 보험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했다. 이후 다른 보험사로 매각되거나 계약이전으로 피인수 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예금보험공사는 계약이전제도를 손질, 소비자도 보험사 손실을 분담하도록 했다.
닛산생명 파산시 연 5.50%의 확정금리를 2.75%로 낮추고, 종신연금을 45% 삭감하는 등 보험금도 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의를 신청한 계약자는 전체의 0.38%(적립금의 0.91%)에 불과했다.
다만, 닛산생명이 보유한 보험 대부분이 유배당 상품이었던 것은 우리나라 상황과 다르다. 유배당 상품은 보험사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 적립금으로 쌓아 확정고금리를 부리한다. 즉, 회사가 이익을 보면 소비자도 이익을 보는 셈이다. 가입자들은 지금까지 보험사 이익의 일부를 취했기 때문에 손실분담도 거부감이 크지 않았던 것.
우리나라의 보험 계약 중 유배당 상품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0년 이전에는 유배당 상품 판매가 많았지만 이후 일본의 상황을 보고 유배당 상품을 줄였다. 현재 가입 가능한 유배당 보험은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도 손실을 분담하는 방안이 도입되면 소비자만 피해를 떠안게 된다. 파산한 보험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대형 보험사는 낮은 비용으로 시장점유율과 외형을 확장할 수 있게 되는 셈.
또 소비자들이 중소형사보다 대형 보험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결국 업계 내 양극화가 심해져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17일 “예보와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 말 보험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며 “계약이전제도 손질을 위한 내용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계약이전제도가 변경되면 비용은 사회화 이익은 사유화하게 된다”며 “일부 선진국이 계약이전제도를 손실했다고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도 관련 내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