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을 막 넘겼다. 집권 초 숨가쁜 일정 속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탕평 인사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는 공정거래위원장과 보훈처장 그리고 공직기강비서관 인선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공지 10분 만에 돌연 연기했다. 이후 오후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레 발표를 연기하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인사 관련 잡음 발생 우려가 제기된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측이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극구 부인했지만, 이번 일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 초 인선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가히 짐작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일주일을 돌아보면 대선 선거기간 공약한 대로 인사에 있어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 그는 "정조대왕은 대탕평 정치를 했는데 나도 부패기득권에 반대하는 모든 분들과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면서 "탕평 또 탕평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역과 경력, 성별, 출신 그리고 세대 등에서 차별이나 편견 없이 비교적 고르게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남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운동권 출신 임종석 비서실장, 교수 출신 조국 민정수석에다 여성으로는 처음인 조현옥 인사수석도 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 임명에선 7급 출신 깜짝 발탁에 모두가 놀랐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 측근을 데려와 넓은 품을 자랑했다.
쓸데없는 잡음 발생 소지를 가능한 없애고 임기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괜한 논란으로 국정운영 발목이 잡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비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국민대통합 의지는 특사 파견에서도 그대로 녹아 있다. 미국 특사로 낙점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으로 보수언론 사주 출신이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지지해온 홍 전 회장이지만, 기본적으로 보수 언론인이란 점에서 '합리적 보수세력이라면 끌어안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표적 운동권 출신인 이해찬 전 총리를 중국 특사에 임명, 통합과 더불어 개혁 추진 역시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과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광재 전 의원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그리고 양정철 전 비서관 등이 잇따라 2선으로 물러났고, 그만큼 문 대통령의 부담은 줄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연설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옷에 달고 다녔던 노란색 세월호 추모 리본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떼낸 이유다.
다만, 변수는 있다. 야당 측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 정규직 전환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과 같은 정책들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에 대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선출된 국민의당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그냥 우선 던져놓고 보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들에 대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당선 후 지난 일주일간 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협치 의지가 있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