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홍석현 특사를 접견하고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해 "지금은 압박과 제재 단계에 있지만,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여'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했던 포용, 또는 개입정책으로도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를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15분간 접견하며 이같이 밝혔다.
홍 특사는 미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전제를 달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 여하에 따라 현재의 대북 압박 기조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와 '평화'를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6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에 따라 미국의 기조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긴밀한 협조로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튼튼한 동맹과 결속력, 국제 공조를 통해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 특사는 전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6월 한미 정상회담에 큰 기대감을 표했고, 북한 제재와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말씀하셨다"면서 "한국 사회의 문제,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평소 성격답게 활달하게 말씀하셨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홍석현 미국 특사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홍 특사는 접견 초반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계속 지원해주고 다음 달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게 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감사하고 있다는 뜻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홍 특사는 면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특사는 한국 특사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대통령을 따로 만난 것도 처음이라며 "행운이었고 영광이었다. 이전엔 당선인 특사였고 이번에는 대통령 특사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접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인상에 대해 "대통령답게 솔직하고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 맥마스터, 홍 특사 사드 국회논의 필요 언급에 "절차문제 있는 것 이해"
홍 특사는 이어 맥마스터 보좌관과도 별도로 면담해 사드 배치 문제를 간략히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배치 및 운용) 비용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면서 "배치 과정에서 국내에 절차상 논란이 있다고 얘기했고, 국회 논의의 필요성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맥마스터 보좌관은 "미국 측은 국내에 그런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이해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홍 특사는 맥마스터 보좌관과 "북핵 제재와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맥매스터와)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