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로마 교황청을 다녀온 특사단과 만나 경직된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종교계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어 오후에는 빌 잉글리쉬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외교를 갖고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 1관 3층 소회의실에서 특사단 간담회를 주재하며 "우리가 대통령 취임 특사로 바티칸에 보낸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교황단 특사단 간담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한 묵주를 들고 "저희 부부를 위한 것이냐"며 반기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 대통령 내외에게 선물한 묵주를 들고는 "저희 부부를 위한 것이냐"고 반기기도 했다. 특사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취임 인사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으며 교황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고 전했다.
특사로 다녀온 한국천주교 김희중 주교회 의장은 "이제까지 제가 여러 차례 교황을 뵙고 역대 대통령들의 안부도 전해드렸지만 이렇게 별도로 챙겨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꼭 전해주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교황이 한국 교회에 대해서도 아주 관심과 애정이 많다"며 "또 문 대통령이 시작한 새 정부가 잘 될 것이라는 말도 들려줬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청 국무원장은 대통령 취임식을 언제 하냐고 물으면서 그때 특사를 보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특사단은 방문 기간 중에 교황청 국무원장인 파롤린 추기경과의 회담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파롤린 추기경은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를 교황청도 우려하고 있으며 평화적 남북 관계 조성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병행하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브리핑했다.
특사단은 또 "교황청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길에 교황을 만날 계획을 세워 준다면 교황청은 문 대통령이 예방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시(何時)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한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의 보고를 받고 "경직된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는 민간, 종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영역에서 역할이 중요하다"며 "종교계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엔 김 의장을 위시해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가 함께했다. 청와대에선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의장 편으로 교황에게 친서를 보내 2014년 8월 교황의 방한에 감사를 표하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교황의 기도를 요청했다.
◆ 문 대통령, 잉글리쉬 뉴질랜드 총리와 '북핵 해결방안 협력' 논의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20분간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에서 잉글리쉬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외교를 갖고 "총리와 처음 전화 통화를 갖게 되어 반가우며, 축전도 보내주시고 이렇게 직접 전화로 취임을 축하해 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년 재무장관 재임 때부터 총리 취임 이후까지 뉴질랜드의 안정과 번영을 이끌어오고 계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본인은 지난 2014년 뉴질랜드를 휴가차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경험했던 뉴질랜드의 대자연과 아름다운 풍광은 감동적이었으며 특히 밀포트 트레킹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잉글리쉬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며 "한국과 뉴질랜드는 6.25 전쟁 이후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최근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마무리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방문해 준 것을 기억하고 말씀해 주신 것에 특히 감사한다"며 "그리고 밀포트 트레킹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곳은 24년간 저의 지역구였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해갈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이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이므로 국제사회와의 강력한 공조를 통해 압박하고 제재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적은 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테이블로 북한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저와 새정부는 기존의 제재와 압박 방식에 대화를 병행해 나가고자 한다.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겠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견국가인 뉴질랜드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주실 것을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총리는 이에 대해 "북한 행동에 대한 대응의 시급성이 잘 이해되었다"며 "뉴질랜드는 지역 내의 안정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의 북한 대응 목표가 일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뉴질랜드는 고무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수교 이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우호 협력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오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말씀하신 대로 뉴질랜드는 한국전에 참전한 혈맹으로서 우리는 뉴질랜드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치하했다.
아울러 "양국의 FTA(자유무역협정)는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양자교역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 양국 간 상호보완적 무역구조를 감안할 때 FTA를 통해 앞으로도 양국 교역이 더욱 확대되어 상호 윈-윈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또한 연간 3000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인적교류를 바탕으로 양 국민 간 상호 이해가 제고되고 돈독한 우의가 보다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간 뉴질랜드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 핵 개발에 반대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저와 새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앞으로도 계속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잉글리쉬 뉴질랜드 총리는 끝으로 "대통령이 조각을 마무리하고 정부가 정상운영 궤도에 오르면 뉴질랜드를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저는 올 9월에 총선이 있는데 제가 이 총선에 승리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연말에 있을 다자 정상회담에서 만나 뵐 것으로 기대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9월 총선에서 총리가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저를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총리도 적정한 시간에 한국을 방문해 주시기를 요청 드린다. 그 이전이라도 금년 하반기 다자 정상회담에서 뵙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