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송환되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30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뉴스핌=황유미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오늘 31일 국내 송환되는 가운데, 정씨의 귀국이 어머니 최씨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최씨의 태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최씨는 "유연이(정유라 개명 전 이름)는 삼성 말 한 번 빌려 탔다가 병신돼서 지금 승마협회에서 쫓겨났다"고 분개했다.
재판장이 자제할 것을 요구하자 최씨는 "저희 딸이 (국내로) 들어온다고 해서 제가 흥분했다"고 답했다.
최씨는 재판장에서 기회를 얻어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한 적 있지만 이처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지난 23일 공판에서도 최씨는 "40여 년간 지켜본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재판정에 나오시게 한 것이, 제가 죄인이 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뇌물을 받고 나라를 기울게 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비속어를 사용하며 말하는 경우는 없었다. 딸 정유라씨의 입국이 최씨의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최씨는 검찰을 향해 "딸한테도 책상을 쳐가면서 협박할거냐" "웃지 말라" 등 쏘아붙이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씨가 받을 검찰 조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최순실씨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이처럼 정씨의 입국은 최씨에게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씨는 현재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여 의혹과 이대 입학·학사 비리, 삼성 승마 지원 등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최씨는 관련혐의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앞서 이대학사 비리와 관련된 공판에서 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정씨의 대리수강을 자신이 부탁했다고 하는 등 관련 의혹을 일부 인정한 적이 있다.
최씨는 지난 24일 하모 교수에게 대리수강을 부탁한 경위를 진술하며 "유라는 '엄마 이거 인터넷 수강, 독일에서 못할 것이기 때문에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제가 하 교수에게 부탁했다"고 했다.
청담고 재학시절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유라가 공범으로 된 것은 말도 안 되고 내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삼성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최씨가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씨의 주요 혐의는 이화여대 부장 입학(업무방해) 등이지만 삼성 특혜 지원 의혹까지 정씨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라씨에 국내 송환 후 정씨에 대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주로 맡기로 했다.
특수1부는 박영수 특검 도입 전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 특혜 지원 의혹을 수사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정씨가 박 전 대통령, 최씨 등과 함께 뇌물수수 공범으로 입건될 가능성도 나온다.
또 정유라씨의 검찰진술이 국정농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정씨는 여과 없이 이야기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준"이라며 "최대의 핵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