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은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동참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인도적 지원 및 종교단체들의 방북을 잇달아 불허했다. 당국 간 접촉에 앞서 민간교류 확대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시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초반부터 난관에 부닥친 셈이다.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은 이날 "북한이 6월 2일 이뤄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며 "이번 주 예정했던 말라리아 방역물자 반출과 우리측 대표단의 방북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팩스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에 전달하며 '추후에 다시 협의하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은 지난달 26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처음 대북 접촉 승인을 받아 북측과 팩스로 논의해 왔다. 이 단체는 당초 7∼8일쯤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으로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전달하고 10일쯤에는 방북단을 꾸려 평양에서 추가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천주교ㆍ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국내 7개 종교가 회원 종단으로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측도 이날 "오늘 오후 4시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한국이 지지한 상황에서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평화를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내용이 담긴 북측의 팩스를 전달 받았다"고 공개했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이날 오후 같은 내용의 팩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6ㆍ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이날 6ㆍ15 남북공동행사를 평양에서 열자는 북측 주장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남측위는 애초 개성에서 공동행사를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었다.
남측위는 "대표단 명단 및 행사 내용, 세부안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정부에 방북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정부가 남측위의 방북 신청을 승인할지는 불투명하다.
통일부 이덕행 대변인 <사진=통일부 제공> |
통일부는 이날 '겨레의 숲' 등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4건을 추가로 승인해 지난달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접촉 승인 건수는 모두 15건으로 늘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겨레의 숲'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 4개 단체의 대북접촉을 승인할 예정"이라며 "민간 교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정부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겨레의 숲'은 병충해 방제 등 남북한 산림협력 방안을,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문화유산 보존 협의를 목적으로 북한 주민을 접촉할 계획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국제회의에서 북측과 접촉할 예정이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제3국에서 북측과 국제회의를 열 계획이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빌미로 남측 민간단체들과의 접촉을 거부한 것은 남북교류 재개에 앞서 국제사회 제재국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