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1분기 1.1% 성장에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도 이유다.
다만 민간연구소들은 성장률 상향 조정과는 별개로 한국 경제가 온전히 회복 기조에 진입하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민간소비가 여전히 저조하다는 것. 또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두 축, 건설경제와 반도체 수출은 정부의 정책 및 대외 경기여건에 따라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뉴스핌이 9일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분석해본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2.6% 사이였다. 이는 당초 전망치보다 한 차례 상향 조정된 것으로, LG경제연구원이 기존 2.2%에서 4월 중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시기에 2.1%에서 2.5%로 높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전망했던 2.3%를 그대로 유지 중이다.
각 연구소는 추가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경기 회복과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겹쳐 수출이 호조를 잇는데다,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한 건설투자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또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집행도 성장률을 떠받칠 재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가 경기를 주도할 때는 물량 증가가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성장률도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추경까지 시행되면 3%성장이 불가능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점은 연구원의 성장률 전망 상향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6월 말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숫자를 짚어 말할 순 없고 방향성은 기존 전망치(2.5%)보다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3% 성장은 무리라고 보지만 추경 효과를 감안해 GDP가 기존치(2.3%)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정경제전망 상향 조정을 알린 바 있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료=한국은행> |
이 같은 성장률 상향에도 불구하고 각 연구소의 수장들은 성장의 지속 가능성, 구조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경제성장의 온기가 뜨뜻하게 유지되려면 비교적 대외경기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민간소비,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암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2일 발표한 ‘2017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6.8%, 2.1%씩 성장해 1분기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건설투자와 수출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대외경기불황 등으로 언제든 성장세가 끊길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조경엽 실장은 “새 정부 출범 후에 소비심리 회복 징조가 보이긴 하나, 가계부채, 고령화 문제 등을 봤을 때 (심리)회복이 성장으로 나타날 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수가 얼마나 살아나느냐에 따라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한다. 현재로선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 실장은 “1.1% 성장의 전부가 건설투자에 기인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반해 민간소비는 저조해 취약한 성장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이 일부 오르긴 하겠지만 이번 추경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