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야식으로 치맥을 즐기는 직장인 정모씨(32)는 요즘 배달 대신 직접 집 앞 치킨가게를 찾는다. 이유는 가격 때문. 치킨 배달을 시키면 최소 1만8000원이 들지만, 동네 소규모 프랜차이즈점에선 1만원 한 장으로 해결된다. 양념치킨 가격이 9900원이다. 물론 배달서비스가 없어 직접 찾으러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도 정씨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치킨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선두 업체인 BBQ와 교촌 등이 가격인상을 선언하면서 ‘치킨 2만원 시대’를 열었다. 가장 비싼 제품은 2만2000원이다. 반면,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 또봉이통닭은 오히려 가격인하를 선언했다. 치킨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치킨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지=또봉이통닭 홈페이지 캡처> |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또봉이통닭은 오는 20일부터 한 달간 주요 메뉴 가격을 5~10% 인하한다. 이에 따라 양념통닭 가격은 기존 1만1000원에서 1만450원, 파닭과 간장마늘통닭은 1만2000원에서 1만1400원으로 조정한다.
또봉이통닭 측은 가격 인하에 대해 대부분 프랜차이즈들이 닭고기 공급업체와 연간 계약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기 때문에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은 치킨 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순수하게 물가 안정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것.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닭고기(1kg) 평균가격은 14일 기준 5814원으로 1개월 전(5909원)보다 1.6% 정도 하락했다.
지난 8일 닭고기 가격은 5910원이었다. 한국육계협회는 현재 육계 산지출하가격을 1kg에 1590원으로 집계했다. 전달(2590원)과 비교하면 1000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최근 닭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치킨 가격은 올랐다. 대한양계협회는 업체들이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당초 계약으로 생닭을 1550~1700원대에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닭고기 회사와 일정한 원가에 계약을 하고 있어서 일반 닭고기 가격 인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현지 생닭 가격이 최저 1550원대로 형성돼 있고 도계장과 닭 가공업체가 평균 2500~3000원 사이에서 가격을 형성해 연간이나 분기별로 계약하는 방식으로 납품한다”며 “본사마다 계약, 책정 금액이 다른데 업계에서는 영업비밀이라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구체적인 가격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공업체는 가공, 손질 등으로 개별포장을 마치면 프랜차이즈 본사로 출고한다. 이것도 업체마다 가격 차이가 있다. 평균 4000~5000원으로 책정한다는 것이 협회측 주장이다. 가공비, 유통비 등이 추가되면서 약 50% 정도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생닭을 공급받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튀김가루, 상자, 소스 등 부재료와 함께 가맹점에 보낸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6000~7000원대에 공급한다. 필수적인 식자재만 공급하는 업체가 있는가하면 비싼 식재료나 광고지 등으로 가격이 추가되는 곳도 있다. 이후 가맹점에서는 기름에 튀겨내는 비용과 포장비, 콜라 등 부재료 가격(약 1000원대)이 더해진다. 결국 원재료 가격은 총 8000원대에 달한다.
◆양계협회 측 '불매운동'…"문제는 투명하지 않은 유통과정"
대한양계협회에선 유통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가공업체나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생닭 공급 등 계약 사항에 대해 업무상 비밀이라는 명목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축산진흥원 내 축사시설 3개동에서 사육되던 제주재래닭(참고사진) <사진=뉴시스> |
협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선 가맹점의 늘어난 인건비, 임대료 등 요구사항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하는데 인상분에 대한 이익을 본사·가맹점이 각각 얼마나 가져가는지 알 수 없다”면서 “과거에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인상해놓고 본사에서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 정황이 있었다. 이번엔 이익 배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해 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대한양계협회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2년 전 가격을 올린다고 했을 때 자체 조사를 해보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간 이익은 없었다면서 불매운동을 선언한 상태다.
반면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 수익성 악화로 인해 가맹점주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물가상승으로 인건비, 임대료 등이 모두 올랐는데 현 가격 유지로는 영세 점주들이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다. 배달앱 수수료, 대행료 등 새로운 비용도 추가됐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부자재나 마케팅 비용도 각 업체마다 천차만별인데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며 “가격인상에 따른 판매는 결국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을 강제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마케팅 비용 등 본사 차원의 이익에 대해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격 형성에 내부구조 문제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