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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 공 138회 1위, 9번 꼴찌···로또당첨번호 15년史

기사등록 : 2017-06-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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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 숫자 칠하고, 무심한 듯 자동으로
대박꿈꾸고, 행운노리고, 나눔생각하며
1000원으로 1주일의 행복 얻는 서민들
“잊지 마세요. 1948년 런던올림픽 경비
마련 위해 韓 첫 복권 발행” 복권은 나눔

[뉴스핌=김범준 기자] 대한민국 로또 15년. 지난 2002년 12월7일 1회 추첨을 시작으로 17일 759회째다. 장수(長壽)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MBC '무한도전'(6월17일자 기준 534회 방영예정) 보다 길다.

로또당첨번호를 조회하며 대부분 허탈했을 것이다. 814만명 중 1명이 1등이니 당연한 일이다.

로또의 기원은 1519년 이탈리아의 제노바(Genova) 지방의회선거에 두고 있다. 후보자 90명 중 다섯명을 제비로 뽑는 방식이었다. 운명의 제비를 뽑는만큼 '로또(Lotto)'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로또는 이탈리아어로 '운명'이라는 뜻이다.

언어학자들은 로또가 복권(福券)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Lottery'의 어원으로 보고 있다. 복권이 운명이라니.

당첨을 꿈꾸며 숫자 칸에다 꼼꼼하게 색칠하고, '자동요'라고 무관심하듯 사면서, 때론 즉석복권을 긁으면서 '인생역전'을 꿈꾸는 우리네 운명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독일 생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Amor Fati'에 충실한 것이라고 한다. 로또를 열심히 사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라면서.

'로또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노원구 한 복권판매점을 찾은 시민들이 복권을 구입하는 모습. [뉴시스]

복권은 조세저항(Tax Revolt)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고대시대부터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공익사업의 재원확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사업의 수익률은 약 40%였다. 누군가 1000원의 복권을 구입하면, 당첨금과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400원이 복권기금으로 조성되는 것이다. 지난해 복권기금은 총 1조6000억원에 달했다.

복권기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35%는 법으로 정한 사업에 사용되고, 나머지 65%는 소외계층복지·주거안정·문화예술사업 등에 쓰인다. 때문에 "복권은 행복한 나눔"이라는 말도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로또를 구매한다고 하는 직장인 김한경(32·서울 영등포구)씨는 "단돈 1000원으로 1주일의 행복과 기대감을 살 수 있다"면서 "내가 내는 돈의 일부가 소외계층에게 삶의 희망이 된다고 하니 만족감은 배가 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도 로또에 당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숫자가 당첨 확률이 높을까?

지난 2002년 12월7일 1회 추첨부터 지난주 10일 758회까지의 통계를 보면, '27번' 공이 138회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1번' 137회, '20번'과 '43번'이 각 134회다.

'9번'은 91회를 기록하며 가장 선택받지 못한 공이 됐다. 단골손님 '27번'과 무려 47회나 차이난다. '22번' 역시 94회에 그쳤다. 이어 '29번' 101회, '32번' 103회 순으로 빈도가 낮았다.

최근 1년만 놓고보자. 결과가 조금 달라졌다. 지난해 6월11일 706회부터 53차례 추첨 결과, '10번'(15회)과 '2번'(14회)공이 가장 많이 뽑혔다. 전체 추첨에서 1, 2위를 차지했던 '27번'과 '1번'은 각 8회에 그쳤다.

가장 뽑히지 않은 공은 '38번'(3회)이었으며, '25·26·42번'이 각 4회로 뒤를 이었다. 전체 추첨에서 최하위였던 '9번'과 '22번'은 각 5회로 가까스로 꼴지는 면했지만, 여전히 잘 뽑히지 않는 공이었다.

무작위 추첨이다보니 다소 황당한 결과도 있었다.

690회(2016.2.20.추첨) 당첨 번호는 '24·25, 33·34, 38·39'로 둘 씩 짝지은 숫자가 세 쌍이나 나왔다. 653회(2015.6.6.추첨)도 '5·6, 26·27, 38·39'가 당첨됐다.

숫자가 연달아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655회(2015.6.20.추첨) 당첨 번호는 '7, 37·38·39·40, 44'번으로, 37~40까지의 숫자 네 개가 나란히 행운의 번호가 됐다.

한편 최근 10주간 한 번도 선택 받지 못한 비운의 숫자는 '21·22·23·25·35·38·42번'으로 나타났다. 최근 15주간으로 보다 범위를 넓혀도 '35·38번'은 여전히 선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38번'은 최근 1년간 단 3회 추첨에 그치며 가장 뽑히지 않은 나쁜(?) 공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1000원으로 1주일이 행복하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박은 다음주로 미루고, 이번주는 나눔에 동참했다고 생각하면 행복 두배. 월요일 출근길이 쿨해질 수도.

기억해두자. 우리나라 첫 복권은 지지리도 못살던 1948년 런던올림픽에 파견할 우리 국가대표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1947년 처음 발행했다. 배고파도 한국민은 우리 국대를 응원했다. 이처럼 복권은 대박이 아니라 나눔이다. 

[자료=나눔로또 홈페이지]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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