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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또 하세요" 설날이 두번인 이유

기사등록 : 2017-01-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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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 갑작스런 실행보다 스몰스텝으로
양력과 음력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 고민도

[뉴스핌=김범준 기자] 광고회사에서 AE(광고기획자)로 근무하는 이인석(34·서울 마포구)씨는 설 연휴를 이용해 주변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돌리고 있다. 광고 수주를 위한 경쟁PT(프리젠테이션) 준비와 연말 잦은 송년회 자리로 인해 신정 설맞이 새해 인사를 챙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우리나라 설이 '두 번'인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회사 인턴 강민경(가명·26·서울 동작구)씨는 설날이 두 번인 게 '부담'스럽다고 얘기한다. 지난 1일 새해 인사를 돌린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새해 인사를 돌려야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연휴 때 명절 음식 준비와 쉬기 바쁜데 일부러 시간 내서 또 새해 인사 돌리기 피곤하다"고 불평했다. 신정 때 인사했으면 안해도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강씨는 "정직원 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인턴 신분이라, 음력 설 때 인사를 돌리지 않으면 혹시 직장 선배들에게 찍힐까 걱정되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고민은 강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새해 인사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두 번 인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중과세(二重過歲)'에 따른 이런 고민은 매년 되풀이 된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화 아쿠아플라넷63에서 한복을 입은 아쿠아리스트들이 다가오는 설날을 맞아 수중에서 세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중과세(二重過歲)란 설을 두 차례에 걸쳐 쇤다는 뜻이다. 양력이 통용되면서도 음력 1월1일인 새해 정월 '초하루'의 전통이 보전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초기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신정을 '왜놈 설'이라고 부르며 음력 1월1일 초하루를 쇠곤 했다. 이러한 진통 끝에 음력 설은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됐다가, 이후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오늘날과 같은 '설' 명칭을 되찾으며 정식 설날로 지정됐다.

인사 예법 때문에 다소 혼란이 반복되긴 해도, 설날이 두 번인 게 좋을 때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 마련인데,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잡코리아가 지난 2015년 1월 직장인 523명을 상대로 '새해 목표 실천기간'을 조사한 결과 '작심삼일에 그친다'는 답변은 무려 30.4%를 기록했다.

새해 목표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다이어트, 금연 등 '건강' 관련이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막상 하겠다는 생각은 해도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금연 역시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의 중독성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끊기가 상당히 어렵다. 삼성카드사의 지난해 담배소비분석 빅데이터에 따르면 금연을 결심한 사람 4명 중 1명은 말 그대로 작심삼일, 3일 안에 금연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설날이 두 번인 '이중과세(二重過歲)'로 인해 작심삼일을 또 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있다. '양력 1월1일에 시작한 계획이 무너졌으면 예행 연습기간으로 삼고, 음력 1월1일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심적인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김한경(32·서울 영등포구)씨는 업무상 잦은 접대자리로 인해 과식과 과음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체중도 많이 늘고 피곤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새해에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자 주요 근무지역인 서울 여의도의 한 헬스장에 큰맘 먹고 연간회원으로 등록했다.

신정 바로 다음 날인 2일에 등록했지만 설연휴 전까지 딱 한 번밖에 가지 못했다. 김씨는 "큰맘 먹고 (연간회원으로) 등록했는데, 더 큰맘 먹고 (헬스장에 운동하러) 나가야 한다"며 "음력 설 쇠고나서 2월부터는 일주일에 2, 3번씩 꼭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직장 경영난으로 인해 권고사직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자 정인상(31·서울 마포구)씨는 또다시 금연을 새해 목표로 세웠다.

정씨는 "매년 새해를 맞아 금연을 시도했지만 며칠 혹은 몇 달 못가서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지금 백수라 딱히 수입원도 없기 때문에 더욱 금연 의지가 생겼다"며 "신정 때 바로 시작 못했으니, 음력 설 쇠고나서는 정말로 담배를 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담배 위해광고 효과로 연초 금연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12일 오전 광주 북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대학생과 시민들이 보건소 직원에게 금연 상담을 받은 뒤 이산화탄소 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청 제공>

로버트 마우어 미국 UCLA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초에 세운 계획이 성공할 확률은 8%에 그친다. 실패하는 사람들 중 25%는 일주일, 그리고 절반은 한달 남짓 실행하다 무너진다.

그 원인으로 마우어 교수는 뇌의 '방어 반응'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세월 반복 경험을 통해 우리 뇌는 방어 반응을 형성하기 때문에 급격한 환경과 행동의 변화는 방어 반응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즉, 안 하던 공부나 운동을 갑자기 하면 뇌는 '맹수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고 '방어 반응'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마우어 교수는 '스몰 스텝(small step)'을 제안한다. 즉 평소 안 하던 운동을 새해를 맞아 갑자기 하루 1시간 일주일 내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10분 주 몇 회처럼 가볍게 시작함으로써 '방어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적소성대(積小成大)', '등고자비(登高自卑)', '진합태산(塵合泰山)' 등 비슷한 뜻을 가진 사자성어도 많다. 우리의 옛 성현들도 새로운 목표를 한 순간에 모두 이루기 어려웠나 보다.

작심삼일하는 자신에게 너무 실망하지 말고, 설날이 두 번인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작은 일이라도 우선 시작하면 된다. 그러고나서 무리하지 않게 반복을 통해 습관을 잘 들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계획대로 목표를 향해 가고 것이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 바람이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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