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북한서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둔 오토 웜비어 사태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노선 강경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토 웜비어<사진=AP/뉴시스> |
미 정치권과 언론이 잇따라 강경 대응을 요구하면서 오는 21일(현지시각) 워싱턴서 진행될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대화와 29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NBC뉴스는 웜비어 사망 소식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경제 및 정치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에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 미국인 북한여행 ‘금지’
미 의회에서는 자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인들이 북한서 억류되면 위태로운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며 북한 여행 금지를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 아담 스키프 의원은 “관광이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고 독재적인 북한 정권의 재정 확대 수단의 하나”라면서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방법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관광 목적의 여행은 전면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행정부 역시 현재 북한 여행 금지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 실질적인 금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높아졌다. 다만 국무부는 미국인 여행객의 안전을 즉각 위협하는 요인이 있을 경우에 한해 “지리적 여행 제한(geographic travel restriction)”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추가 조치는 지켜봐야
이처럼 웜비어 사망에 따른 가장 즉각적인 조치는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금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데일리 비스트 칼럼니스트 고든 창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나 국무부가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행 제재 외에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김정은의 자금줄도 압박을 받아 핵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아직 남아 있는 억류 미국인의 석방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데 웜비어 사망이 나머지 억류자들의 석방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무조건 대북 강경 노선으로 갈아타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 대북 전문가 조나단 폴락은 웜비어 사망이 놀랄만한 소식임은 틀림 없지만 “북한 문제라는 것이 단 하나의 이벤트에 단순 대응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조치에는) 어느 정도의 일관성과 원칙, 또 적절한 동기가 필요한데 이 점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웜비어 사망에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전망이 흐려진 것은 맞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트럼프 정권이 최근까지 조성해 온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쉽게 깨려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