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뉴스핌 이영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그런 절차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겠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링컨룸에서 열린 미 하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미국 방문 이틀째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미국 국회의상당에서 열린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하원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합의이고 한국민과 주한미군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면서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 특히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이며 그만큼 사드에 대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도 크다"고 환경영향평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는 북한 도발 때문에 필요한 방어용이므로 북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공화당 소속인 맥 쏜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사드 관련 확인에 감사드린다"며 "북한에게는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것과 군사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도 "한미 관계는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고 세계의 많은 권위주의에 의해 우리의 가치가 도전받고 있는 것이 염려스럽지만, 대통령의 사드에 대한 답변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간담회에서 "북한 위협의 대응에 한·미 양국이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중국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나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며 중국 역할론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견해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에 대해 완전한 정보는 없지만, 중국도 지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나름대로는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가고 있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과 중국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러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며, 미루었을 뿐"이라면서 "지금 북한은 여전히 준비하고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국이 좀 더 역할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북한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되는 것을 막고 종국적으로는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한·미 공동의 목표"라며 "이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으로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과거 정부는 한·미 모두 이 문제를 다 중시하기는 했지만 해결을 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근원적 해결방안을 머리 맞대고 협의하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문제에 대한 미 의원들의 질의에 "이제 한·미는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상무부 조사 결과를 보면 한미FTA가 발효된 후 5년간 세계 교역액이 12%가 감소하는 동안 한미 교역액은 12%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도 늘어났고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도 늘어났다.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걱정하는 것은 여전히 상품교역에서 한국의 흑자가 많다는 것인데, 거꾸로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의 흑자가 많다. 또한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미국의 대한국 투자보다 훨씬 많아서, 전체를 종합하면 이익의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미 의회 지도자들을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도 "최근 한국은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나 한미동맹이 뿌리내린 민주주의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며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에 나섰던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여러 의원님들의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미국 의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한국의 촛불혁명은 미국이 한국에 이식해 준 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었다면 (오토) 웜비어 씨의 불행한 죽음도 없었을 것이므로 나도 정치인으로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느꼈을 비통함에 깊이 공감한다"고 미국 국민들을 위로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를 축하드린다"며 "이것은 대통령 개인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대단한 승리"라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매케인 위원장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폐기가 당연한 목표지만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전임자들이 이것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라고 언급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삼성의 6억5000만달러 투자 결정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의 T50 훈련기를 미 공군이 도입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는 "사드 문제는 언제 극복할 수 있는가? 또한 대통령께서 얼마 전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였는데, 이것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또 에드 마키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 역사의 새 시대가 열렸다. 작년 대비 북한과 중국의 교역량은 37%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드 문제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는데 이런 중국에 대한 대통령의 전반적인 입장은 어떤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다른 상원 지도부 의원들도 "중국을 미국이 무역 문제로 압박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에 대한 입장"과 "중국이 북한 핵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