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중국 최대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가 홍콩 오리엔트 오버시즈 컨테이너 라인(OOCL)을 인수해 컨테이너선 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인수가격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0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해운사 COSCO가 컨테이너선 업계에서 세계 7위인 OOCL의 지분 68.7%를 63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인수가격은 전주 금요일 종가에 프리미엄 30%를 더한 수준이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업계의 평균적인 기업가치에 비해서는 15%내외 높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서 지난 2015년 12월 중국해운(CSCL)과 컨테이너 사업부를 합병해 세계 4위의 컨테이너 선사로 발돋움한 COSCO는 다시 3위로 한 계단을 올라섰다.
<출처: 코스코> |
싱가포르의 리서치 회사인 크루셜 퍼스펙티브의 코린 펑 최고경영자(CEO)는 OOCL 인수가 코스코에게는 아주 중요한 성과였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업계에서는 이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업계 선두 진입 위한 M&A 너무 비싸게 했나?
그는 코스코가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업계 1, 2위인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에 불과 몇% 뒤처져 있을 뿐이며 5년 안으로 세계 1위가 될 수도 있어 다른 해운사들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펑은 "해운업계가 균형상태로 복귀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OOCL를 매각한 것은 너무 이른 결정"이라며 "OOCL은 지난해 2억1900만달러의 적자에서 올해 1억34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서고, 2019년에는 2억5500만달러의 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코는 OOCL을 인수한 덕분에 미주-아시아 항로에서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OOCL이 냉동 컨테이너 사업에서 구축한 입지,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 마련한 최신의 자동화 컨테이너선 터미널이 코스코가 활용할 수 있는 값진 자산이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OOCL이 우수한 IT, 선단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코스코의 효율도 개선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제퍼리즈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리는 좀 다른 평가를 했다. 컨테이너선 업계가 서서히 업황을 회복한다면 비교적 매력적인 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리는 "업계 3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30%나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은 최근 동업계 M&A와 비교했을 때 너무 비싼 거래였다"고 말했다.
OOCL이 가진 업계 명성과 자산가치가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COSCO경영진을 평가했는지 모르지만 실제 업황은 불확실성이 있고, 설사 인수자금을 부채로 조달해 그 비용을 낮춘다 하더라도 COSCO전체의 부채규모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리의 평가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 OOCL을 매각한 최대주주의 입장이다. 양사의 협상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OOCL의 최대주주인 둥젠화(董建華)일가는 지난해부터 운임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공급 과잉과 업계의 질서 재편이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는 이런 평가를 한 이후에 OOCL에 대한 투자의견을 '유지'에서 '매입'으로 상향조정했다. 반면 COSCO에 대한 투자의견은 기존 '매입' 그대로 뒀다.
한편, 해운 애널리스트들은 코스코의 OOCL 인수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OOCL이 미국에 사업부를 두고 있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사해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관으로,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를 포함한 17개 정부 부처 대표들이 참여한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