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증인 출석을 끝내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의 핵심 연결 고리인 독대 내용을 입증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42차 공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출석을 거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오늘 오전 서울구치소를 통해 증인 신문을 위한 구인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재차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영장 집행에 불응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사진 = 뉴시스> |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특검 역시 구인장 발부로 맞불을 놓으면서 증인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을 직접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설명할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특검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에서 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들어줬으며, 그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승마지원 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이 단독 면담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증언을 거부하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혔던 안종범 수첩 역시 직접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면서 대화 대용을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지난 6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을 직접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수첩에 적힌 대로) 말을 했다는 진술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며 "다만 둘 사이 대화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로 보겠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안 전 수석이 함께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수첩에 메모한 내용이 곧 대화 내용이라고 동일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안종범 수첩을 특검에 넘긴 김건훈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행정관 역시 이날 증인으로 나와 "그(독대)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 "독대 이후 2년여가 지난 후 문서를 작성해 시점 등에 대해 일부 오류가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김 전 행정관은 2016년 10월 작성한 자신의 일지에 2014년 9월12일 1차 독대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기억하는 1차 독대는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5분간 대통령을 개별 면담했을 때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안종범 수첩 자체나 안종범의 얘기를 듣고 쓴 김 전 행정관의 일지는 전문, 재전문 증거이기 때문에 (독대 당시) 발언 내용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전문법칙'(傳聞法則)에 따르면 법정에서 직접 말하지 않고 진술을 기재한 서면이나 타인의 진술 등 간접 형식으로 제출되는 '전문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결국 증인 신문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독대 내용은 여전히 물음표인 상황이다. 삼성 측 관계자는 "특검이 정황상 독대 당시 청탁과 그 대가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을 것이라는 프레임을 짜 놓고 있지만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은 내달 4일 열린다. 재판부는 결심에 앞서 오는 26일 최순실씨를 증인으로 부르고, 27일과 28일 이 부회장 등 5명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기한이 8월 27일 만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1심 선고는 이르면 다음달 셋째주 중 내려질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