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문재인 정부의 5년 국정운영 청사진이 발표되면서 재원 조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사진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돈’인 만큼 8월초 발표될 세제개편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민의 체감도와 직결되는 소득세제 개편안이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안이 빠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안에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조정은 없다”고 단언한 상태다.
대신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40%) 적용 과세표준을 현재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낮춰 ‘부자증세’ 효과를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고세율 과세표준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도 ‘부자증세’ 효과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과세표준을 낮추면 4만2000여 명이 영향을 받는다. 이럴 경우 1인당 400만원 가량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는데, 최고 1700억여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관측된다.
세수 증가 효과 측면에서 보면 실효성은 없고 상징성만 보여줄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부자증세’라는 생색내기 정책보다 오히려 솔직하게 소득세 면세자에 대한 과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2%에서 감소하다 2014년 48.1%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국민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셈이다.
당시 ‘연말정산 대란’으로 급격히 늘어난 세금에 대한 조세저항이 거세지자 특별공제제도를 확대하면서 이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제도의 근간(국민개세주의)이 무너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연소득 3000만~4000만원 구간의 면세자 비율이 높아 뒤틀린 조세정책을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 구간 면세자 비중은 2013년 4.6%에서 2015년 30.3%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연봉 3000만~4000만원은 실질적으로 중간층에서 약간 하위층 정도“라며 ”이 구간 대상자들이 세금을 한푼도 안 낸다는 것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탈루세금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도 숙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변호사, 의사 등 이른바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세액이 1조1741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960명의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100원을 벌어 57원만 신고하고 나머지 43원은 신고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빼돌렸다. 현금결제 요구와 차명계좌로 소득액을 빼돌려 신고를 누락하는 방식이다.
정부 내에서도 소득세를 비롯한 증세를 더 이상 늦추지 말자는 쓴소리가 나온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같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고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정직하게 말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며 “표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 얘기는 안 하고 복지는 확대해야 하는 이런 상태로 지속적으로 갈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