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넷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가 25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주제는 언론 보도를 보고 정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관련 브리핑을 하는 도중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이영상 대검찰청 범죄정보 1담당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44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담당관은 2014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 담당관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삼성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은 맞지만 특정 주제를 짚어주지는 않았다"며 "당시 언론에서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 따른 경영권을 중요 현안으로 다루기에 리서치 차원에서 해당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관이 자필로 작성했다고 인정한 해당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로 안착, 승계 관련 정부 영향력 활용', '삼성은 이제 개인이 지배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음', '지금이 (삼성의) 골든타임', '삼성전자 구조조정 설-신종균 사장', '성공하면 이재용 첫 작품, 실패하면 이건희의 유산'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그는 "우 전 수석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방안을 찾아보라고 했냐"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 때문에 이 문건을 작성한 것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 인사를 만난 적이 없으며 다른 행정관들도 그렇다는(만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담당관은 "당시 정부가 도와주더라도 당연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야한다는 취지로 작성했다"고 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 해당 문건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뇌물과 그에 따른 대가관계 합의를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검의 핵심 주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소한의 자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장악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인데 이 문건에는 주식이나 상장, 합병, 지주회사 설립 등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송우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사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수사에도 참여했다"며 "그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우호적일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검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을 분리 기소하면서 원심보다 무거운 항소심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분리기소의 아이디어를 낸 검사가 우 전 수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