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비우량으로 분류되는 BBB 등급 언저리의 회사채가 연일 완판 행진을 잇는 중이다. 높은 금리와 짧은 만기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신용등급이 낮은 만큼 상환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과 21일에 각각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진(BBB+, 부정적)과 아시아나항공(BBB, 부정적)이 오버부킹으로 마무리했다. 당초 700억원 어치 발행 예정이었던 한진에는 1030억원, 300억원 어치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48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입찰에 참여한 인수사들은 리테일 판매을 위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가들은 고금리채권을 언제나 목말라한다. 이번에 발행되는 회사채는 만기가 짧고 금리 또한 높아 인기가 있었다”며 “대부분 리테일 판매용으로 증권사들이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진은 700억원 어치 공모 회사채 전량을 연 5.089%의 이자율에 판매키로 결정했다. 만기는 1년 6개월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류산업 전반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거 대비 수익 창출력이 약화됐으나, 한진해운 청산으로 잠재 부실요인이 사실상 제거됐고, 2분기 들어 물동량이 증가하는 등 회복세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BBB+등급이 위험하긴 하나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한진은 다섯 차례의 수요예측 ‘미달’이후 첫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2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후 진행한 태핑에서 번번이 미달을 기록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성공한 셈이다. 31일 발행 예정인 480억원 전량은 1년 6개월 만기에 연 5.80% 금리로 발행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대규모 적자가 지속된 상황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항공기 투자 역시 동시에 진행돼 차입규모가 과중하게 증가한 상태였다.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다만 근래 견조한 여객 수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영업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상환리스크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권고했다. 저가항공사, 저가 물류 등 경쟁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어 시장에서의 입지가 언제든 좁아질 수 있고 여전히 계열사 리스크 등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한진의 경우 최근의 물류인프라 경쟁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안정성 역시 개선될 여지가 제한적"이라며 "아시아나항공도 시장지배력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고, 이는 상환리스크를 아예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이름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당장 파산할 위험은 적더라도 신중하게 따져보고 투자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