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엠밸리아파트단지에서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으로 나들이를 가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카 셰어링(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 '쏘카'를 켰다. 반경 500m에 차를 빌릴 수 있는 '쏘카존' 8곳이 나타났다. 서울에만 1000여 곳의 쏘카존이 있다고 하니, 웬만한 곳에서는 차를 빌릴 수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바로 렌트 가능
쏘카는 10분 단위로 빌리는 무인 렌터카 서비스다. 쏘카 앱을 내려받고 회원 가입→본인 인증→운전면허증 등록→결제카드 입력의 네 단계를 거치면 차를 바로 빌려 탈 수 있다. 차를 빌리고 싶은 시간을 입력한 뒤 사용 가능한 차량이 주차돼 있는 '쏘카존'을 찾아가면 된다.
쏘카로 대여한 티볼리 차량 <사진=김겨레 기자> |
평소 쌍용차의 티볼리를 시승하고 싶었던 기자는 티볼리가 있는 쏘카존을 택했다.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다양한 모델을 운전해보던 터였다.
티볼리가 있는 쏘카존은 인근 아파트 지상주차장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의 차 20여 대가 함께 세워져 있어 언뜻 보아서는 쏘카 차량을 찾기 어려웠다. 앱의 스마트키로 '경적 울리기'를 눌러 티볼리를 찾을 수 있었다. 쏘카 차량 번호판 아래에는 파란 선이 표시돼 있다.
이처럼 카 셰어링 업체는 실물 자동차키 대신 앱의 스마트키를 사용한다. 앱에서 '문열기'를 누르자 약 2초 후에 차 문이 열렸다. 차에 타서 핸들 옆 시동버튼을 길게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차량 사용 후에도 스마트키의 '반납'을 누르면 반납 처리된다.
주말 오후에 2시간 동안 티볼리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1만7600원. 대여료 1만5200원과 보험료 2400원이다. 고속도로 주행 요금이나 기름값은 이와 별도로 청구된다. 강서구에서 행주산성까지 왕복하는 택시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오며 가며 택시를 잡는 것이 성가셔 쏘카를 택했다. 2시간 기준 경차는 1만5000원, 중형차나 SUV는 2만원(보험료 포함) 수준이다.
하루 이상 빌릴 경우 요금은 렌터카보다 크게 싸진 않다. 하지만 10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데다 차량 인도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쇼핑이나 근교 외식 목적으로 잠깐씩 쓰기 좋았다. 평일이나 심야시간대에는 더 저렴하다.
쏘카를 이용하니 주차 걱정이 없어 오히려 자차를 쓰는 것보다 편했다. 차 유지·보수와 보험, 세금 등에서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게 차를 빌릴 수 있어 차가 없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 셰어링 업체 회원의 90%가 20~30대다.
주말마다 카 셰어링 앱을 사용한다는 하지훈(30대·남) 씨는 "평일 출퇴근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고 주말에는 카 셰어링을 이용해 당분간 차를 살 생각이 없다"며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 이후에나 차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빌리기 쉽고 간편하지만...무인 차량 관리는 넘어야 할 산
카 셰어링은 렌터카에 비해 대여가 간편하지만 무인 시스템에서 오는 한계도 크다. 차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카셰어링 스마트키 <사진=쏘카> |
먼저 차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적발하기가 힘들다. 차를 빌렸는데 차 안에 쓰레기가 있거나 청결하지 않은 상태라면 서비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유나 세차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차량의 잔 고장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면허 운전이나 면허 도용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 20대 남성이 쏘카 소유 차량을 훔친 뒤 무면허 운전까지 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면허증을 도용해 차를 빌렸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다.
쏘카는 주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하고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해 흡연을 하거나 사고를 낸 운전자를 신고하도록 했다. 또 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운전면허증을 승인하기 전까지는 예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쏘카는 최근 이용률이 30%이상 늘어나는 휴가철을 맞아 차량 7000대를 집중 점검했다. 타이어와 배터리, 와이퍼 등을 점검하고 워셔액을 보충했다.
김희경 쏘카 마케팅그룹장은 "무인으로 전 차량을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면허 관련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내부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