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미리 기자] 코프로모션(Co-promotion·공동 판매)이 제약사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형 성장에는 큰 기여를 하지만,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해서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종근당, 제일약품 등이 코프로모션을 활발히 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제약사는 외형 성장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프로모션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력',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의 시너지를 기대한 결합이다.
국내에서는 크게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가 영업 지역을 나눠 함께 판매하거나, 다국적 제약사(한국법인)가 수입해오면 국내 제약사가 영업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프로모션을 가장 활발히 진행하는 국내 제약사는 업계 1위 유한양행이다. 원외처방액이 1000억원 안팎인 품목만 무려 3개를 가지고 있다.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2016년 1541억원),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1128억원),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977억원) 등이 그것이다. 특히 비리어드는 올 상반기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원외처방액이 8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다.
종근당은 MSD로부터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자누비아 복합제·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와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을 도입했다. 지난해 네 품목의 원외처방액만 2000억원이 넘었다.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자누메트는 올 상반기(518억원)에도 전년 동기보다 원외처방액이 6% 증가했다. 여기에다 아토젯도 올 상반기 원외처방액이 200억원으로 167%나 급증하면서 종근당의 새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은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와 소화성 궤양용제 '넥시움', 한국다이이찌산쿄의 고혈압치료제 '세비카', 항응고제 '릭시아나' 등을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제일약품은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통증치료제 '리리카', 골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 등을, 녹십자는 BMS의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고혈압 치료제 '아타칸' 등을 공동 판매하는 중이다.
하지만 코프로모션이 활성화되면서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않게 조명되고 있다. 먼저 계약기간이 만료돼 제조사가 판권을 회수하면, 국내 제약사들에겐 갑자기 수천억원의 매출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MSD가 대웅제약과의 계약을 끝내고 종근당으로 자누비아·자누메트 등의 판권을 넘겼을 때, 업계에서 대웅제약의 실적을 우려했던 것도 이 이유에서다.
계약이 체결돼도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형 품목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이 판매 수수료율을 낮추는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들여오면 단일 제품으로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자사 제품의 영업망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이를 유치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 간 출혈 경쟁을 펼치면서 사실상 남는 것은 없는 장사"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