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기자]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파장이 이통사는 물론 알뜰폰과 케이블TV로 확대되고 있다. 이통사들이 매출 하락 우려에 잔뜩 위축되면서 관련 사업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곳은 알뜰폰이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약속했던 망 이용대가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알뜰폰 협회는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 인위적 기본료 폐지는 알뜰폰 시장을 죽이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위한 성명서를 냈다. <사진=한태희 기자> |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한 알뜰폰 망 이용 대가 협상이 늦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비 인하 여파로 알뜰폰 업계가 받을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 사업자가 내야 하는 이통사 LTE 망 이용 대가를 가입자당매출(ARPU)의 45%에서 35%로 10%포인트 줄이기로 했다.
망 이용 대가는 정부 강제사항이 아닌, 망 의무제공 사업자 SK텔레콤과의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를 기준으로 이용 대가를 정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과 협상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비 인하에 받아야 할 비용까지 줄어들게 되는 사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과기정통부는 추진해야 할 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통사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협상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이통사 모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알뜰폰 업계는 어디에도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요금제 수준을 결정하는 망 이용 대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신비 인하로 떨어질 이통사 요금제와 가격 격차를 벌리지 못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협상 지연으로 이통사 통신비 인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알뜰폰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우려가 크다. 이는 알뜰폰 번호이동 수치 감소 등으로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은 이통사에 3857명 뺏겼다.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6만311명,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5만9256명이 이동했다.
번호이동 수치는 지난 1월 1만8168명에서 2월 2만3024명, 3월 2만3070명, 4월 1만1515명 등으로 꾸준한 순증을 보였으나 5월 이후 급감했다. 5월 2799명, 6월 401명에 이어 지난달 역전 당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해 알뜰폰으로 이동하려는 고객들이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알뜰폰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동통신역무인가사업자 SK텔레콤은 케이블사업자와 동등결합상품을 출시했다. <사진=CJ헬로비전 홈페이지> |
상황은 케이블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동전화 서비스가 없는 케이블TV 업계는 확대되는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SK텔레콤과 ‘동등결합’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등결합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케이블TV 사업자의 인터넷을 묶어 할인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역시 SK텔레콤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효과를 보기 힘들다. 전국에 위치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홍보해줘야 하는데 케이블TV 업계만 홈페이지나 콜센터나 등에서 진행하고 있어 가입자를 확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인터넷에서 방송으로 동등결합 상품을 확대하는 논의 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 됐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동등결합은 사실상 SK텔레콤 "이라며 "통신비 인하 정책이 이동사뿐 아니라 주변 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