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계열사 합병 등 삼성그룹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부정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법정에서 말한 것은 지난 2월 기소 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피고인 신문에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하는 사업들은 제가 지식도 없고 업계 경향도 모른다”며 “양사 합병은 사장들하고 미전실(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다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함부로 개입할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알아서 열심히 해주고 계셨다”며 “엘리엇 사태가 나오기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던 걸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 김종중 등이 매일 아침 주요 현안 논의를 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했냐”는 물음에 이 부회장은 “확실히 말해 4명이 모여서 회의한 적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미전실 소속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만 관여한다”며 그룹 경영과 선을 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yooksa@ |
또 특검이 2014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면담 증거목록을 제시하며 독대한 적 없냐고 묻자, “저도 물어봤는데, 연락온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대통령과 독대 참석에 대해 청와대 요청을 받아 참석했냐는 특검 신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 부회장에 앞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은 모든 것은 본인이 보고받고 지시했다며 이 부회장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을 이번에 무조건 성사시켜야 한다고 했다는 홍완선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장 등의 진술이 있다”는 특검의 지적에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보다는 본인이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에게 정씨 승마 지원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승마 지원 과정에서) 최씨가 뒤에서 장난질을 치는 것 같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게 적절한가 생각했다”고 했다. 특검이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책임을 지려고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최 전 실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앞서 증언한 다른 삼성 전직 임원들처럼 승마훈련 지원을 결정할 초기 단계에서는 정유라 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5시30분께 휴정, 저녁 7시에 재개할 예정이다. 특검은 저녁 신문에서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의 답변에 대해 캐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뇌물 공여 의혹과 관련해 최지성 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