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이 총수 부재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상황에 초긴장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삼성그룹을 짓누르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끝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은 마무리됐다. 선고만 남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구속 만기일이 27일인 점을 고려하면 그 전에 선고공판 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한가지다. 무죄 선고를 받아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는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꾸준히 무죄를 주장해 왔고 공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는 정황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검은 지난 4일 공소장을 변경했다. 2016년 2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제3차 독대' 시간을 오후 2시에서 오전 10시 30분으로 바로잡았다. 52회 공판동안 기초사실인 시간조차 틀리게 주장해온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실형 구형으로 삼성 안팎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집행유예를 받아도 풀려날 순 있지만 등기임원직을 상실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건희 회장의 경우 지난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7월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은 23개월 뒤인 2010년 3월이었다. 사면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 총수 사면을 엄격하게 심사해 사실상 제한할 방침이다. 집유를 받으면 수년간 경영복귀는 힘들다.
삼성은 현재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매출액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면서 애플과 인텔을 제치고 세계 IT업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들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 안팎으로는 이런 실적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위기의식이 깊다. 부품사업 호황이 반전되면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마하경영을 통해 빠르게 사업구조를 바꾸고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것이 호황과 맞물리면서 최대 실적의 기반이 된 것"이라며 "또한번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총수 부재기간 삼성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 구속수감 이후 새로운 인수합병(M&A)은 전무한 상태고 지주회사 전환도 백지화했다. 화학·방산계열사 매각과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 역시 중단했다.
설비투자도 큰 그림을 주도해야 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꼭 필요한 수준에서 결정했다. 상반기가 지나도록 투자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다가 7월에야 평택·화성 반도체공장 및 삼성디스플레이 투자를 발표했다.
임원 인사도 비정상적으로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이뤄졌어야 할 인사가 5개월 뒤에야 났다. 그미저도 승진자가 전년비 28% 줄어든 역대 최소 규모고 사장단은 그대로 놔둔채 실무임원만 바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회사측은 "인사를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조직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을 우려해 일부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구속상태가 지속되면 연말 추가 인사는 불투명하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없앴다. 미전실은 그동안 계열사 정보를 취합해 기획안을 만든 뒤 다시 계열사로 전달해 일사분란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도 양사와 미래전략실에서 주도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계열사 각자도생 체제다. 삼성 안팎으로는 '아무도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니온다.
이런 가운데 '범삼성가'인 CJ는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시동을 걸어 대조적이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최소 3개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로 9000억원 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에서는 2020년까지 5400억원을 들여 지능형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해외에서는 식물성 고단백소재 1위 기업인 브라질 셀렉타사 지분 90%를 3600억원에 인수한다.
한편, 이 부회장은 공판에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해당 업무에 주력했을 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에서 승계 관련 청탁을 하지 않았고 최순실이나 정유라의 존재는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회장님이 와병 중이라 다른 일을 챙길 경황이 없었다"며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