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세기의 재판'이 마무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일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 5가지 혐의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지난 4개월간 53회에 걸쳐 이어왔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발언으로 재판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핵심 인물들이 증언을 거부하고 진술을 바꾸면서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재용 "朴과 독대, 현안 부탁할 분위기 아냐"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이재용-박근혜 3차례 독대서 부정 청탁 ▲삼성의 정유라 승마 대가성 지원 ▲청와대가 정유라 지원 대가로 국민연금과 금융위원회 등에 압력행사 여부 등이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3차례 걸친 단독 면담에 대해 "무언가를 부탁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1차 독대는 5분만에 끝났고, 2·3차 독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지원과 JTBC 보도를 문제삼으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기 때문이다. 부탁은 커녕 삼성그룹이 직면한 현안을 전달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정호성 비서관 등 누구도 배석하지 않아 두 사람만이 당시 상황을 정확히 진술할 수 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3차례나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끝내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혐의를 입증해야하는 셈이다.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도 증언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승마협회 이야기를 했을 때도 '정유라'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원래 취지대로 다른 승마선수들을 선발해 지원하려 했으나 최순실의 강요로 정유라 단독 지원으로 변질됐다는 입장이다. 정유라 역시 법정에서 "삼성에서 나를 단독지원한다고 들은 적이 없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지원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문제가 되기 전까지 정유라라는 선수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아울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안종범 전 수석은 법정에서 "삼성 합병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도 질문도 없었다"고 했다. 그의 업무 수첩에도 '합병'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안종범 수첩·장충기 문자·靑 캐비닛 문건에도 '정유라'는 없어
특검은 이번 재판의 핵심 증거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메시지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을 제시했다.
안종범 수첩에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꼼꼼히 적혀있다. 하지만 삼성 관련 부분에서는 독대에서 언급하지 않은 단어들도 적혀 있어 어디까지 유죄의 증거로 쓰일지는 알 수 없다. 수첩에 쓰인 면세점, 홈쇼핑 등은 삼성이 영위하지 않는 사업 영역이다.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에도 '정유라'는 등장하지 않는다. 장 전 사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임원들에게 매년 휴대폰을 바꿔주는데 특별히 감출 것도 없어서 수년간 쓰던 폰을 그대로 썼다"고 했다.
재판 막바지 특검이 추가로 제출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도 정유라나 승마와 같은 단어는 없다. 지난 2014년 해당 문건을 작성한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은 "당시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를 중요 이슈로 다루기에 리서치 차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것"고 설명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 부회장은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단 1프로도 청탁한 것이 없다"며 "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다면 그 대가인 경영권 승계 현안을 왜 한번도 부탁하지 않았겠나"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인에 대한 선고를 오는 27일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 전 내릴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