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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할당제-블라인드 채용, 양립 가능할까?

기사등록 : 2017-08-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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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30% 할당제' 의무화…역차별 논란 우려
지역인제 할당제-블라인드 채용, 제도적 모순 지적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새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할당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은 물론 취업준비생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역인재 30% 할당제'와 동시에 추진 중인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서로 상충되는 점이 많아 제도의 취지와 달리 역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두 제도를 적절히 혼합해 지역 발전을 이뤄내는 동시에, 블필요한 스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간다는 목표지만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 '지역인재 30% 할당제' 의무화 산넘어 산...최근 3년간 지역인재 고용비율 12% 남짓

지역인재 할당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제 29조 2항에 따라,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 소재한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우선 고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현재 10%대 수준인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할당제' 추진을 지시했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올해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발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위원들이 나서 지역인재를 일정비율 이상 채용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지만, 찬반의견과 역차별 논란이 공존하고 있어 통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지난 6월 23일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이상 채용 의무를 법제화하는 '지역인재 희망법',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조성한 혁신도시의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카페. 대학생들이 계절학기 수업 자료나 토익 책, 자격증 수험서를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하지만 '지역인재 30% 할당제' 실현을 위해선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 우선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는 지역인재를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자 2만7645명 중 지역인재는 3330명으로 지역인재 고용비율이 12% 남짓이다. 2014년 10.2%, 2015년 12.4%, 2016년 13.3%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권고하는 30% 수준에는 아직까지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학생들을 중심으로 새어나오는 역차별 논란도 해소해야 한다. '지역인재채용 의무화'는 해당 시, 도 소재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을 채용하는 제도이다보니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수도권이나 타지역 대학을 졸업 한 후 고향에 돌아와 일을 하려고 하는 청년들은 지역인재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 복수 관계자는 "혁신도시특별법 상 지역인재채용은 해당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 이들에게만 해당된다"며 "지역 균등 발전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달라. 지역인재 채용을 늘리다보면 지역 내 대학에 인재들이 더욱 몰릴 수 있고 지역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역인재 할당제, 블라인드 채용과 충돌...모호한 기준에 양립실현 불투명

지역인재 할당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공공기관 정책인 '블라인드 채용'와 상당부분 충돌된다는 점도 두 정책의 양립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에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관계된 사진, 나이, 성별, 가족관계, 출신지역 표기를 삭제하는 대신 직무관련 과목이나 교육 이수사항 등 실질적 직무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다. 기존 국가직무능력(NCS) 방식의 열린채용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취업준비생들 간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여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제도 사이엔 모순된 측면이 적지 않다. 지역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선 해당 지원자가 지역 내 대학을 졸업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블라인드 채용 방식 내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력서에 최종 학교의 광역 소재지는 적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예를 들어 원주에 위치한 대학을 졸업한 경우 '강원도', 청주에 위치한 대학을 졸업한 경우엔 '충북'으로 표기하면 된다는 의미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을 포함한 각 부처 실무자들이 지난달 5일 세종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또 하나의 문제가 기존 공공기관 준비생들과의 역차별 논란이다. 해당 공공기관에 입사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아왔는데 지역인재 할당제와 블라인드 채용에 막혀 입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공공기관 입사를 위해 준비중인 한 취업준비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토익, 토플, 한국사검정시험, 한국어능력시험 등 공공기관 채용시 기준이 되거나 가점이 주어지는 자격증을 준비해왔다"며 "지역인재 채용, 블라인드 채용 도입으로 지금까지 준비한 스펙이 물거품이 됐다. 지금까지 왜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나 허탈감도 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블라인드 채용 브리핑 당시 기존 취업준비생들과 역차별 논란에 대해 "공공기관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제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취준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며 "정부의 철학을 이해한다면 취준생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고 준비한 실력과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다면 공공기관 채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공공기관들 사이에서도 지역인재 할당제와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대해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인재들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지역 내에서 인재를 채용하라고 하는 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지원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는 막막함에 볼멘소리도 늘어놓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 내 대학교가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하고 마땅한 인재를 찾기도 쉽지 않아 지역인재 30%를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라며 "여기에다 이력서에 아무런 신상정보도 적지 말라고 하니 무슨 기준으로 인재를 뽑아야 할지도 막막할 따름"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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